다시 커지는 E플레이션 공포 … 한국경제 '상저하고' 빨간불
올해 원유 의존도 OECD 1위
석탄·가스 포함 984억弗 수입
반도체·車 수출 회복세 불구
에너지값 뛰면 수입물가 상승
작년 최악 무역적자 재현 우려
"유가 100弗땐 GDP -0.3%P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 위험"
◆ 고유가 비상 ◆
주요 산유국이 감산한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던 한국 무역수지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 상반기만 해도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그 덕분에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7월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다시 시작되며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1.48달러로 마감했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도 94.43달러로 장을 마쳐 나란히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19일 매일경제가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984억2000만달러로 1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던 지난해 3대 에너지 수입액(1908억6000만달러)의 51.6% 수준이다.
문제는 늘어난 에너지 수입액이 겨우 회복 중인 무역수지와 물가에 이중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8억7000만달러 흑자로 6월 이후 석 달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가 하반기 들어 반도체·자동차 수출 회복과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가까스로 흑자로 돌아선 상태다. 물가는 더 불안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 만에 3%대(3.4%)에 재진입하는 등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열심히 수출해도 에너지 수입에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무역적자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줄고 결국 소비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겪었던 혹독한 'E플레이션'(에너지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한국은 지난해 3대 에너지 가격이 사상 최대로 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5.1%)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무역수지는 역대 최악인 477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한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도 약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계 석유기업 BP 통계를 바탕으로 원유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원유 소비량)를 산출한 결과 한국은 5.7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로 조사됐다. 국민 1인당 원유 소비량(18배럴) 역시 OECD 4위로 상위권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305억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92.8%로 지난해(99.8%)보다 낮아졌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8.6%)과 비교해 높았다. 대외의존도는 수출입 총액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값으로 한국 경제가 대외 교역에 기대는 비중을 뜻한다. 고유가 흐름 등 껑충 뛴 에너지 가격이 대외의존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국가 대외신인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몇 년은 버틸 수 있겠지만 무역적자가 계속되면 모아둔 외환보유액이 새어나가 외부 충격에 굉장히 취약해진다"며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무역수지 적자가 부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는 국가의 투자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 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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