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비중 늘릴 것" 60% … 단기채보다 장기채 좋아해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9. 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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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발생하는 이자수익보다
비과세되는 매매차익에 집중
美국채 선호도 39% 가장 높아

슈퍼리치들은 시중금리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지만 채권투자 기회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긴축 공포가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말 채권금리가 치솟았을 때 장기채를 저가에 매수한 슈퍼리치들은 향후에도 추가 매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9일 매일경제와 삼성증권이 자산 규모 100억원 이상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유망한 투자수단으로 주식(59.3%)에 이어 채권(25.9%)을 꼽은 슈퍼리치가 많았다.

부자들은 채권투자 매력이 비상장 주식, 정기 예·적금, 가상화폐, 외화 현금성 자산을 비롯해 부동산·금 등 실물자산보다도 높다고 판단했다. 연말과 내년에 국내외 채권자산 투자 비중을 추가적으로 늘리겠다는 슈퍼리치가 59.3%로 나타났다. 최근 채권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채권가격은 내리고 있지만 저가 매수에 따른 채권투자 기회가 있다는 의견이 63.9%에 이르기도 했다.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고액 자산가들은 금리가 급격히 오르던 작년 말 장기채 위주로 편입한 바 있다"며 "현재는 매집 완료 후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고 최근 추가 편입을 원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채권 중에서는 미국 국채를 택한 사람이 39.1%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한국 국채(35.9%), 한국 회사채(18.8%), 글로벌 기업 회사채(3.1%), 저신용 고수익 회사채(3.1%) 순이었다. 미국 기준금리가 5.5%로 한국(3.5%) 대비 높은 상황에서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자본(매매) 차익 폭이 미국 국채가 훨씬 클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굴리는 자산 규모가 큰 슈퍼리치들은 세금이 발생하는 이자수익보다 비과세인 채권의 자본(매매) 차익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고금리 단기채 상품 대비 표면금리가 낮은 저쿠폰 장기채 투자를 선호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3%를 웃도는 상황에서 잔존만기(듀레이션)가 10년 이상인 장기채는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기대감에 지금부터 저가 매수에 따른 기대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채 투자가 빛을 발하는 시점은 연준이 경기 침체 발생 혹은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 등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때다.

슈퍼리치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을 대부분(44.4%)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또 투자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매크로(거시경제) 요소로도 금리 수준(40.7%)을 꼽았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불안정하지만 채권 비중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고금리가 유지되던 지난 1990~2009년 채권의 역사적 수익률은 연평균 6.9%로 주식(5.9%)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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