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대책 발표” 예고에도 수분양자 거리로… 이행강제금 못 피할 듯
원희룡 “평생 매년 10% 과징금은 과한 엄포”
수분양자들은 “과징금 문제 아냐… 불법건축물 낙인”
오는 10월부터 숙박시설로 사용하지 않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규제 시행을 앞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수분양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그러나 용도변경 허가가 아닌 이행강제금 부과만 손 볼 것으로 보여 수분양자들은 여전히 불안함에 떨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이날 11시부터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정부의 합리적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5일 1차 집회에 이어 두 번째로 생숙 수분양자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생숙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숙박시설이다. 청약통장 없이 분양받을 수 있고 전매제한도 없어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단타를 노린 투기수요가 많았다. 이 때문에 투기 문제가 떠오르면서 2021년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 생숙의 주거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2년 동안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뒀다. 다음달 15일로 이 유예기간은 만료된다.
문제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차장, 통신실, 지구단위계획 등 오피스텔 조건에 맞게 생숙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미 지어진 생숙의 경우 현실적으로 변경이 어렵다. 변경 조건도 까다로워 실제로 용도변경에 성공한 사례는 전체 10만3800실의 1.1%인 1170실에 불과하다.
생숙의 주거사용이 가능하다는 분양광고를 믿고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국토부가 기존 시설에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한 소급입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규 등록뿐 아니라 기존 시설에도 소급입법이 적용되면서 합법으로 거주하던 수분양자들도 날벼락 맞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분양자들은 용도변경 기준을 완화하거나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해 주택용도로의 사용을 허가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김태규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총무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용도변경 기준 완화, 준주택 허가와 더불어 2년 이상 유예기간 연장도 반드시 나와야할 것”이라며 “현재 분양권 단지들은 소유권이 수분양자가 아니라 시행사에 있기 때문에 용도변경 등이 더 어려운데, 분양권 마지막 단지가 완공되는 2025년 4월까지 유예기간을 늘려야 모든 생숙 사례에 대책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희룡 장관의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소급적용이나 준주택 인정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오피스텔로 전환해라고 하는데 전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호텔로 등록하기도 어렵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버티니까 전부 합법화시켜줘라는 잘못된 선례는 남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다만 이행강제금을 수정할 가능성은 시사했다. 이행강제금은 공시가격의 10%를 내야하는데,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생숙이라면 1년에 이행강제금만 1억원에 달한다. 그는 “그냥 평생 매년 과징금을 매기겠다는 식으로 전 정부가 과한 엄포를 놓은 건데 그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분양자들은 원 장관의 이 같은 입장에 “정부가 수분양자들에게 착오를 유발해놓고 이제와서 다른 얘기를 한다”고 주장한다. 생숙은 전입신고와 개별등기가 가능하고, 문 정부 시절엔 주택 대체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은행이나 지자체 등도 생숙 전입을 독려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행강제금을 줄여준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행강제금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게 되더라도 생숙은 불법 건축물로 낙인이 찍히고, 매매나 임대 거래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크다.
김 총무는 “이행강제금이 다만 1만원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불법 건축물이 되면 대출 상환 요구가 들어오고, 남들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정부가 이 사태의 정확한 문제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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