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랑땡보다 삼색전"…명절선물로 받은 햄, 건강 챙기며 먹는 법

정심교 기자 입력 2023. 9. 19. 17:34 수정 2023. 9. 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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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추석을 앞두고 햄·소시지 등 가공육을 사려고 알아보거나 선물하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이번 연휴는 개천절까지 6일간 이어지면서 가공육으로 요리한 명절 음식도 덩달아 맛볼 기회가 늘었다. 문제는 이런 가공육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이라는 것. 심지어 흡연·매연과 같은 그룹이다. 가공육은 왜 발암물질로 규정된 걸까?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건 2015년으로,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는 사람의 직장암(대장암의 한 종류) 발병 위험이 18%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주요 근거로 활용됐다. 당시 국제암연구소가 문제 삼은 가공육 내 발암 가능 성분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이환방향족아민(HCA), 니트로스아민, 헴(heme) 철 등이다. 가공육에 든 아질산나트륨은 식품 속 아민과 결합하면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생긴다.

국제암연구소는 "가공육의 경우 하루에 50g 이상 섭취하면 발암 위험이 18%, 적색육을 하루 100g 이상 먹으면 발암 위험이 17%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공육 50g은 핫도그형 소시지 1개, 비엔나소시지 5개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적색육 100g은 작은 안심 스테이크 한 개가량이다.

가공육 성분 가운데 몸에 유해한 건 또 있다.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이다. 아질산나트륨(아질산염)은 햄·소시지의 색깔을 빨갛게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넣는 발색제(식품첨가물 일종)다. 이것을 넣지 않으면 햄·소시지 덩어리는 검어진다. 고기의 근육에 있는 혈관 속 피가 공기 중 산소와 맞닿으면서 산화해서다.

햄·소시지는 본래 유럽에서 고기의 단백질을 오랫동안 저장하며 먹기 위해 탄생한 식품이다. 불에 가열해 소금으로 염장하며 완성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 만든 김치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김형미(전 세브란스병원 영양부장)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가공식품으로서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아질산나트륨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사람 몸에서 일어나는 나이트로소화라는 반응 때문에 국제암연구소는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 있음"이라는 2A군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아질산나트륨은 혈관 확장 효과로 인해 편두통을 앓고 있었던 사람에게 다시 편두통을 유발하는 물질로 꼽힌다.

샐러드·김치 곁들이면 유해 물질 OUT
건강을 위해 가공육은 가급적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지만 먹게 된다면 유해 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공육의 발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영양소 중 하나가 칼슘이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칼슘을 섭취하면 가공육·적색육 섭취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의 발암 정도를 평가할 때 참고한 문헌엔 클로로필(엽록소), 폴리페놀, 비타민 C·E 등이 암 발생을 차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햄·소시지를 먹을 때 이들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 게 건강한 육류 섭취법이란 것이다. 명절에 햄만 부친 동그랑땡보다 갖가지 채소를 끼운 삼색전이 건강에는 더 이롭단 얘기다.

가공육을 먹을 때 소금을 넣은 국물류와 함께 먹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염장 처리한 가공육에 이미 나트륨이 적잖은 데다, 국물류의 나트륨까지 더해지면 짠맛을 이겨내기 위해 밥을 많이 찾게 돼 결국 총 식사량이 늘기에 십상이다. 김형미 겸임교수는 "햄·소시지를 먹을 때 굽거나 날것의 채소나 토마토를 곁들여 먹으면 채소 속 칼륨이 가공육의 나트륨을 데리고 몸 밖으로 배출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공육을 구울 때 되도록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가공육 자체의 기름을 활용하는 게 추천된다. 김형미 겸임교수는 "햄·소시지엔 포화지방이 적잖게 들어 있는데, 추가로 기름을 사용할 경우 포화지방을 많이 먹게 된다"고 경고했다. 동물성 고기에 든 포화지방은 혈관 내 기름때를 쌓이게 해 동맥경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가공육의 권장섭취량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김형미 겸임교수는 "다만 가공육을 먹을 때 1회에 80g 이내로 제한하고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가공하지 않은 식품으로 보충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기 무게의 약 20%가 단백질이다. 햄의 약 90%가 돼지고기이므로 한 끼 식사에서 햄을 80g 먹을 경우 단백질을 14.4g 보충할 수는 있다. 성인은 매끼 평균 20~25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이상적이다. 콩·두부·우유나 생선 등으로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

가공육을 먹으면서 몸에 들어온 발암물질을 내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는 식품이 있다. 바로 '김치'다. 김치에 풍부한 식물성 유산균 덕분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암은 염증에서 출발하며, 누적된 염증 물질이 유전자(DNA) 손상을 일으켜 암으로 진행된다"며 "식물성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를 즐겨 먹으면 장 내(腸內) 염증은 물론 암의 성장·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에 든 유산균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건 물론, 초기 대장암부터 진행 암까지 억제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건강 증진 효과를 가진 미생물)란 것이다.

김치엔 유산균 외에도 대장암을 막아주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또 김치엔 비타민C·폴리페놀·칼슘 등 최근 국제암연구소가 가공육·적색육의 발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제시한 물질들도 모두 들어 있다. 특히 김치의 양념으로 사용되는 마늘·생강 등에 염증 억제 성분이 다량 포함돼, 가공육·적색육의 일부 발암 성분(PAH·HCA)의 독성을 상쇄해준다는 것이다.

김치 유산균은 면역 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암을 유도하는 효소의 생성을 차단한다. 또 발암물질에 달라붙어 함께 분해되거나 체외로 배설된다.

가공육의 '아킬레스건'인 아질산나트륨을 줄이는 데도 김치 유산균이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박건영 전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김치 유산균이 배추에 든 질산염이 아질산나트륨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질산염의 500분의 1만 아질산나트륨으로 변환), 아질산나트륨 자체를 파괴했다. 그는 연구에서 "김치에 발암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거의 없는 것도 김치 유산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질산나트륨이 발색제로 사용된 햄·소시지 등 가공육을 먹을 때 김치를 곁들이면 아질산나트륨 섭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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