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수장된 총수 덕에 주목 받는 풍산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풍산그룹 회장이 국내 주요 경제단체 한국경제인연합회 수장이 되면서 '풍산'의 방위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1968년 출범한 풍산그룹은 동(銅)전문기업이다. 동과 동합금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신동사업과 탄약을 중심으로 한 방위산업을 영위한다. 세계 소전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 차지하며 '동전과 총알의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류찬우 선대회장의 4남매 중 막내였던 류진 회장은 1982년에 풍산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한 지 15년 만인 1997년 풍산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0년 4월 회장에 올랐다.
풍산은 방위산업체인 만큼 군관련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류진 회장 역시 '미국통'으로 불리며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풍산 오너일가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 정치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방한 역시 그가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은둔형 기업인 이미지 벗고 소통형 CEO로
한경협 회장직은 허창수 전 회장의 용퇴 후 후임 회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재계를 대표하던 경제단체였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4대 그룹 탈퇴로 조직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정경유착의 꼬리표가 따라붙어 흔쾌히 후임 회장을 맡으려는 인사가 없었다. 주요 그룹 총수들도 회장직을 고사했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6개월간 수장 역할을 대행하며 조직 재건의 불씨를 살려 놓았지만, 아직 쇄신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류진 풍산 회장 역시 몇 차례 회장직을 거절했지만 결국 수락하며 한경협의 방향키 쥐게 됐다.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은둔형 기업인으로 불리던 류진 회장은 이제 소통을 늘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는 취임간담회 말미에서 기자들에게 "그동안 뒤에서 일을 해와 앞에 나서서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말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 전달될 수도 있으니 양해해달라"는 부탁을 구하기도 했다.
■ 숨겨진 알짜사업 '동전'…방산 매출 오름세
그는 풍산그룹 재계 순위가 낮기에 재계를 대표하기 부족하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쳤다. 류 회장은 "한 우물만 팠기에 큰 재벌은 아니지만, 오히려 세계 1위인 제품을 만들기에 모든 면에서 꿇릴 게 없다"며 "(재계순위 낮다는 우려에 대해)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오히려 밑과 위를 연결할 수 있기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풍산의 사업은 크게 소전을 만드는 신동사업과 총알과 포탄을 제조하는 방산 부문으로 나뉘는데 매출 비중은 각각 71%, 29%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지역 방산 사업이 급물살을 타며 변화의 기류를 맞고 있다. 올 상반기 방산 부문은 매출액은 4천521억원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대비 19.7% 증가했다.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3조2천억원이며, 이중 방산에서 나오는 매출은 9천억원을 조금 웃돈다.
최근 한경협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초청한 '크리니차 포럼'에 참석한 것도 방산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럼에서는 방위산업, 에너지, 기후변화 등에 대한 협력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풍산이 폴란드 현지에 탄약 생산 공장을 설립을 추진한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풍산이 폴란드에 생산설비를 신설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다만 풍산 측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포탄 공급 부족은 세계적 현상이며, 중장기적으로 포탄 생산설비 재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폴란드에만 K2 전차 1천대, K9 자주포 672대를 운용, 이를 위한 포탄 생산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행될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풍산 관계자는 "폴란드 PGZ와 방산 업무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은 맞다"며 "다만, 다양한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한 것일 뿐 구체적인 공장 설립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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