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하드웨어 업체 아니다···이제부터 플랫폼 기업”
LG전자가 자체 운영체제인 ‘웹OS’를 탑재한 TV 등 기기를 3년간 1억대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품만 파는 전통적인 가전기업을 넘어서서, 웹OS 생태계를 넓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다.
LG전자는 19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세계 30개국 콘텐츠 사업자·개발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웹OS 파트너 서밋 2023’을 열었다고 밝혔다. LG가 글로벌 협력사들과 웹OS 관련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연설에서 “LG전자는 더 이상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다”며 “다양한 세대에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소프트웨어를 갖춘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했다.
웹OS는 LG전자의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운영체제다. LG전자가 2013년 미국 정보기술(IT)업체 HP로부터 웹OS를 사들여 이듬해부터 스마트 TV에 탑재해 왔다. 2021년부터는 웹OS를 다른 TV 브랜드 300여곳에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웹OS가 탑재된 TV 등 기기는 2억대 정도로 추산된다. LG전자는 이를 2026년까지 3억대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TV 사용 고객에게 최신 웹OS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해 주는 것은 물론, 타 브랜드에 공급하는 ‘웹OS 허브’의 클라우드 게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TV 외에도 프로젝터, 모니터, 차량 등의 제품군으로도 웹OS 적용을 늘려 나가고 있다.
맞춤형 콘텐츠·서비스 분야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사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가 타 브랜드에도 웹OS를 적극 제공하는 등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기존의 TV 사업은 교체주기가 길어지며 정체기에 접어든 데 반해, 기존 기기들에 깔아 놓은 플랫폼에서는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웹OS가 실린 스마트 TV에서 실시간 콘텐츠를 제공하는 ‘LG채널’이 대표적이다. LG채널의 수익 모델은 광고다. 사용자는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구독료가 없는 OTT 플랫폼과 비슷하다. LG전자는 2021년 미국의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업체 알폰소를 인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알폰소는 북미에서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웹OS가 창출하는 정확한 매출 규모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조주완 LG전자 대표는 지난 1월 “2022년 광고 콘텐츠 매출이 2018년보다 10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LG채널은 이달 말 새로운 레이아웃을 적용하고 전용 채널가이드도 제공하는 등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TV 제조사들 중 자체 OS를 가진 회사는 LG전자와 ‘타이젠’의 삼성전자뿐이다. 대부분 제조사들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TV OS로 활용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TV OS 시장점유율은 안드로이드 42.4%, 타이젠 21.0%, 웹OS 12.2% 순이었다.
애플발 ‘스마트 혁명’의 밑바탕에도 OS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의 힘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업계는 LG와 삼성의 도전을 더 눈여겨 보고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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