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 보도 3개 방송사에 ‘과징금 부과’
방송사들 “상대측 입장도 담았다” 해명에도 중징계
‘대통령실 코드에 맞춰 언론 자유 옥죄는 선례’ 지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지난 대선 직전 뉴스타파가 보도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대화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KBS, YTN, JTBC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방심위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대해 소위 단계에서부터 무더기로 중징계를 의결한 것은 처음이다. 방송소위가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것은 약 4년 만이다.
방송소위는 해당 방송사들이 “녹취록 원본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대측 입장도 기사에 충분히 담았다”고 해명했음에도 중징계를 의결했다. 대통령실 코드에 맞춰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안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소위는 19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 회의장에서 제 33차 회의를 열고 지난해 3월7일 KBS <뉴스9>, JTBC <뉴스룸>,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김만배-신학림 대화 녹취록 인용 보도 건’을 심의한 뒤 해당 방송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SBS TV의 ’SBS 8 뉴스만 ‘문제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검 사유로 적용된다. 기존에는 2019년 기자가 자기 목소리를 변조해 허위 인터뷰를 내보낸 KNN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지상파에 대한 역대 최고 징계였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인터뷰를 ‘허위·조작’ 보도로 단정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김만배 녹취록 조작에 대해 밝혀진 게 없는데 그것에 대해 방송한 KBS, MBC, YTN, JTBC, 뉴스타파가 김만배 녹취록을 발췌·편집, 좋은 말이 그렇지 허위 조작했다”고 했다. 허연회 위원은 세 방송사에 대해 “스스로 허위보도와 가짜뉴스 공범이 된 경우”라고 했다.
의견진술자로 회의에 출석한 KBS 통합뉴스룸 취재 1주간은 “당시 뉴스타파 측에 인터뷰 전문 공개 요청을 여러 차례 했고,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접촉 노력도 여러 차례 기울였지만 성사가 안 돼 (양 측 의견) 공방 보도 형식을 취했다”며 “다만 정치공작, 선거 영향 미치려 한 고의성 있는 보도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소명했다.
이어 “이 녹취록은 주요 언론사 단 한곳만 빼도 다 보도했다”며 “다들 이 녹취록과 녹취록으로 인해 발생한 여야 공방, 여야 대립이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상황이라고 인식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또 “언론이 윤리 차원에서 자성해야 할 부분은 있다”면서도 “이것이 자칫 다른 판단에 심의에서 징계 대상이 된다면 수사권을 갖지 않은 언론이 의혹 보도를 할 수 있겠는가. 언론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JTBC 보도국 사회2부장은 “뉴스타파 녹취록 관련 보도는 1분30초이고, 국민의힘 관련 보도가 1분이다. 보통 인용보도 반론 분량에 비해 40% 이상 많이 들어갔다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 추천인 옥시찬 위원과 김유진 위원은 “인용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면 언론사가 위축될 수 있으며, ‘가짜뉴스’ 정의가 법적으로 내려진 바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심의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옥 위원은 “김만배 녹취록 거짓 부분과 사실 부분, 보도 내용이 뭐가 잘못된 건지 구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의는 보류하는 게 타당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뉴스타파 보도는 검찰, 법원 판단을 기다릴 사안이고, ‘가짜’라 단정하면서 다른 방송사 제재하는 것이 평균에서 치우친 태도”라며 “언론사 인터뷰를 인용했단 이유만으로 1년도 더 지난 보도를 긴급심의하는 것 자체가 방송사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했다.
이들 3개 방송사에 대한 징계 여부와 과징금 액수는 차기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현재 방심위는 여야가 4대 3 구도라 소위 결정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 이날 유사 인용 보도 건으로 심의를 받기로 한 MBC 측은 자료 확인 등을 이유로 심의 연기를 요청하고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는 뉴스타파 녹취록을 인용해 언급한 방송과 라디오의 대담 프로그램 15건이 추가 긴급심의 안건으로 올라왔다. SBS를 제외하고 모든 주요 지상파와 종편, 보도채널이 포함됐다. 추가 긴급심의 대상이 된 방송사들의 의견진술은 차기 방송소위에서 있을 예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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