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는 정말 '바바리맨'보다 해로운 범죄자일까 [이슈, 풀어주리]

김주리 기자 2023. 9. 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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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공연음란죄로 화사 고발
"바바리맨보다 악영향···테러 수준"
'무혐의' 지드래곤-'징역형' 카우치
"대학공간, 문화예술적 혁신 선도해야"
"'음란', 사회·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
[서울경제]

출근길에서도, 퇴근길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를 풀어드립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도 함께 담아냅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김주리 기자가 ‘풀어주리!' <편집자주>

사진=RBW

1969년 3월 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밴드 도어즈(The Doors)의 프론트맨 짐 모리슨이 공연 도중 무대에서 체포되는 소동이 벌어진다. 죄명은 외설죄를 포함한 불경죄 등으로, 한국으로 치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는 공연음란죄다. 당시 모리슨은 셔츠와 바지를 벗으며 관중을 향해 외설적인 제스쳐를 취한 혐의 등을 받았다.

공연 도중 무대에서 체포된 최초의 뮤지션이 된 모리슨은 문제의 법적 결론이 나오지 전인 1971년 7월 파리에서 사망한다. 이후 시간이 흐른 2010년, 찰리 크리스트 플로리다 주지사가 짐 모리슨의 외설행위죄에 대한 사면을 신청해 만장일치로 받아들여진다. 41년만의 사면이었다.

프랑스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에 마련된 짐 모리슨(1943~1971)의 무덤. 사진=AP연합뉴스
2023년, 바바리맨보다 끔찍하다는, 화사의 공연음란죄

서울 성동경찰서는 시민단체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가 지난 6월 22일 화사(28·본명 안혜진)를 공연음란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단체는 앞선 5월 12일 화사가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서 선보인 춤 동작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화사가 앉은 상태에서 손을 입 부근에 가져다 댄 뒤 신체 특정 부위를 쓸어올리며 일어나는 동작이었다. 단체는 고발장에서 “화사의 행위가 변태적 성관계를 연상케 해 대중에게 수치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행위”라고 하며 "바바리맨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며 테러(폭력)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이 된 화사 공연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예술과 음란 사이···‘선’ 넘은 자와 넘지 않은 자

형법 제245조(공연음란)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정한다. 판례에 따르면, 여기서 ‘음란한 행위’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5년 인디밴드 럭스와 함께 MBC 음악프로그램 생방송 무대에 오른 밴드 카우치와 스파이키브랫츠 멤버가 하의와 속옷을 탈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신체 부위를 내보인 채 무대를 뛰어다닌 이들의 모습은 약 7초간 생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이들은 공연음란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개월,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죄’가 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2009년에는 지드래곤의 퍼포먼스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사례가 있다. 지드래곤은 콘서트에서 <브리드> 등의 노래를 부르며 침대에 쇠사슬로 묶인 여성 댄서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다만 검찰은 해당 퍼포먼스가 <브리드>를 ‘무대 위에 연출하는 과정에서 극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전체 공연에서 침대 퍼포먼스는 2분 정도였고,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가 수초에 불과해 해당 행위가 '음란의 범위'에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 지드래곤의 공연음란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드래곤 공연 장면. 사진=연합뉴스
“대학공간, 문화예술적 ‘혁신’ 선도해야”

일각에서는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의 화사 고발 자체가 과도하며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기고를 통해 “화사의 공연은 대학축제 공간에서 벌어졌다”며 “공연현장에 있지도 않은 제3자가 법적 고발의 주체가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연이 문제가 있다면 관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문화적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법적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축제현장에 참여한 일부 초등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논거를 드는데 이 공연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며 “일반적인 상식을 적용하는 공연이어야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이 공연은 일반인을 위한 공연이 아니었다. 대학공간은 문화예술적으로 혁신적이고 선도적 역할을 해온 것이 역사적으로 자명하다. 평균 상식을 언급하는 것은 대학공연 자체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또한 이번 사안은 법 조항 및 판례에 비추어 봤을 때 공연음란죄로 기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법학 전문가는 “(공연음란죄가 적용되려면) 누가 봐도 남녀 간의 성행위를 직접 보여주거나 이를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화사의 경우) 옷을 벗어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한 것도 것도 아니고 (성행위를) 직접 묘사하는 동작을 한 것도 아니다”라며 “처벌 가능성을 ‘0’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음란성을 판단할 때에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음란’이라는 개념 자체는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이고도 유동적인 것이고, 그 시대에 있어서 사회의 풍속, 윤리, 종교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추상적인 것”이라며 “결국 음란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데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관찰해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2019도14056).

김주리 기자 rainb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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