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분쟁’ 안 끝났다…논란은 왜 ‘유튜브’로 옮겨갔나
최다 트래픽 CP는 구글…망 사용료 둘러싼 논란 지속
유럽 통신업계, 빅 테크 ‘망 무임승차’ 관련 법안 준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3년 넘게 이어온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8일 두 회사는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들의 협력으로 인해 망 사용료 논란이 종지부를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분석이다. '망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였던 콘텐츠 제공업체(CP)는 넷플릭스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신사(ISP)는 급증하는 트래픽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CP는 가입자들이 통신 요금을 내는 상황에서 CP가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고 맞서왔다. SKB와 넷플릭스의 싸움도 이 같은 논리에서 출발한 바 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는지, 금액이 얼마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관측한다. 이제 논란은 유튜브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유튜브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공룡' 구글이 운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구글이 전체 국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6%에 달한다. 넷플릭스의 트래픽 비중은 5.5%, 메타의 트래픽 비중은 4.3%다. 반면 국내 사업자인 네이버(1.7%)와 카카오(1.1%)의 트래픽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이 전체의 38.4%에 달한다는 얘기다. 특히 1년 새 구글 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은 1.5%포인트 늘었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각각 0.4%포인트와 0.1%포인트 줄어드는 등, '글로벌 빅 테크'로의 트래픽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 트래픽 비중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기업에게 이중 부담" 주장
ISP는 넷플릭스에 대한 이전 판결 등을 근거로 망 사용료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구글은 미국 ISP에 접속료 명목의 비용을 내고 있는 데다, 캐시 서버(데이터를 임시 저장해 송출하는 서버)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실상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로 인해 글로벌 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가져가는 수익을 따져보면 납부해야 할 망 사용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통신사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업계의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해묵은 망 사용료 문제를 법제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망 사용료를 명문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발이 묶여 있다.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조차도 ISP와 CP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보류된 바 있다. 지난해 구글은 국내 유튜버들에게 망 사용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고 요구하고, 망 사용료 반대 운동인 '망 중립성 수호 서명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글을 올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은 콘텐츠 제공업체의 콘텐츠에 대해 추가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콘텐츠 기업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며 "'망 사용료' 관련 법안에 우려하는 분들은 서명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유튜브가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보태졌다.
"불균형 고치지 않으면 인터넷 생태계 망가질 것"
망 사용료 논쟁은 글로벌 통신업계의 중요한 의제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국과 유럽 통신업계가 손을 잡고 구글·메타 등 거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공정한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모바일360 컨퍼런스에 참석한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 사무총장은 행사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사들이 대규모 투자를 한 통신망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글로벌 빅 테크들이 별다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이 불균형을 고치지 않으면 인터넷 생태계는 망가질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퍼 총장은 "유럽연합(EU)은 1년에 550억 유로(약 77조7000억원)를 통신망에 투자하고 있는데, 빅 테크의 투자액은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 뿐"이라며 "공정한 기여 없이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진행위원회(EC)에서는 대규모 트래픽을 일으키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망 기여를 위한 법률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트래픽을 5% 이상 발생시키는 글로벌 테크 기업이 통신망 투자 비용을 나눠 내게 하고, 의무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게 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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