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기운차려 싸우자" 단식 만류에 李 "생각 없다"...지지자 충돌

차현아 기자 2023. 9. 1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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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9.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정쇄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중 입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의 손을 잡고 "빨리 기운차려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이 대표도 최소한의 수액만 맞으며 병상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날도 단식 중단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중랑구 소재 녹색병원에 도착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병상에 들어선 후 "링거랑 수액만 맞고 복귀는 여전히 안 하신다면서요"라고 이 대표에게 말을 건넸다. 이에 이 대표는 웃으며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열흘 간 단식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그때도 힘들었다"며 "근데 지금은 20일이니까,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했다. 이어 "(단식을 이어가려는) 그런 마음은 충분히 공감하고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며 이 대표를 위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다만 "지금 하시는 (윤석열 정부에 맞서는) 그런 일에 대해서도 길게 싸워나가야 하고 이제 국면도 달라지기도 했다"며 "또 빨리 기운차려서 다시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단식을 만류하고 싶고, 솔직히 이제는 이 대표 혼자 몸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늘 생각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9.


앞서 문 전 대통령은 단식 이틀 째인 1일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건강을 잘 챙기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도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단식 중단을 요청할 만큼 이 대표의 안부를 걱정해왔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9.19 평양선언 5주년 행사 참석 차 방문한다는 소식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문 전 대통령의 방문이 출구전략 없이 진행된 이 대표의 단식 중단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오늘이 9.19 합의한 날이지 않나"라고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63빌딩에서 평양선언 5주년 기념식을 하는데 거기 갈 것이다. 그 뿐만 아니고 이제 이 대표 단식하는거 와서 위로도 하고, 또 만류도 하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 중단 권유에 별 다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 병문안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권유를 듣고 잘 알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했다"며 "오늘 자리에서는 중단한다는 말씀은 안 했다"고 했다.

이날 녹색병원 앞에는 문 전 대통령 방문 소식이 전해졌던 오후 2시 전부터 이 대표 지지자들과 유튜버 등 300여 명이 모였다. 녹색병원 앞 좁은 골목길에는 취재진과 지지자들, 경찰 등이 빼곡히 운집했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했으나 일부는 '문재인 출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그래야 우리 대표님이 산다"며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며 말렸으나, 계속 싸움이 이어져 경찰이 나서서 중재하기도 했다.

한편 국정쇄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는 단식 19일 차인 지난 18일 오전 건강 악화로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도착 직후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조치를 받은 뒤 같은 날 오전 9시30분 쯤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19일 현재까지 이 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수액을 맞으면서 병상에서도 단식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9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중 입원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23.09.19.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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