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쓰러져 사망한 교감, 순직 아니다?…재심 신청

박종대 기자 2023. 9. 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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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초과근무 기록 안 남기는 경우 흔해, 망자는 업무시간 외에도 명백히 일해"
뉴시스DB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학교에서 근무 도중 쓰러져 사망한 50대 여성 교감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에 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했다가 기각을 당하자 재심을 요청했다.

유족 측은 숨진 교감은 별다른 지병이 없었고, 교내문제 해결과 학생 생활지도 등으로 과로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유족 대리인 전수민 변호사(법무법인 현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5일 경기도 모 초등학교 A교감(당시 55세)이 근무 중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보건실을 찾았다. 보건교사는 A교감의 상태를 보고 응급상황으로 판단해 119에 신고했는데, 곧바로 A교감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교감은 심장자동충격기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유족은 A교감이 교내에서 과도한 업무로 사망한 것을 이유로 인사혁신처에 순직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공무원이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해 재직 중 사망하거나 퇴직 후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한 때 유족에게 지급하는 급여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지난 5월 말 초과근무내역 등을 고려해볼 때 숨진 교감에게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사망과 공무 사이에도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반면 유족은 인사혁신처가 숨진 교감이 초과근무기록을 남기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과다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형식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근무한 기록과 업무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족은 숨진 교감이 평소 다른 교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초과근무 지양을 주문한 상황에서 학교업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초과근무를 달지 않은 채 정해진 퇴근시간 이후에도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재학생 문제와 관련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교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문제와 아동학대 신고 사건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 및 학생을 상담하는 업무 등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언과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담임 교사가 장기간 병가에 들어간 학급 지도나 교직원 휴직 및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발생한 결원을 채우기 위한 기간제교사 및 시간강사 등 대체인력 채용 업무까지 가중되면서 과도한 근로에 시달렸다고 반박한다.

A교감은 교육장 표창 5회, 교육감 표창 8회, 장관급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등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고 모범을 보인 교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이러한 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휴대전화 통화 상세내역과 업무일지, 사실확인서, 공문 결재내역, 경력증명서 등을 인사혁신처에 함께 제출한 상태다.

경기교총은 지난 8월 A교감 사망사건과 관련해 탄원서를 내고 "그의 죽음을 행정편의적이고 형식적 법리 잣대로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의 법과 제도가 보호해주지 못해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들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인사혁신처의 순직 승인을 촉구했다.

숨진 교감의 남편 B씨는 "아내는 생전에 꾸준히 요가 등의 운동을 하면서 어떤 지병도 앓은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았다"며 "그런데 아내가 사망하고 순직 신청을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그간 겪었던 일들을 살펴보니, 늦은 밤까지 학부모들과 통화하거나 결원이 생긴 교사의 공백을 대체할 시간강사와 기간제교사를 뽑으려고 주말도 없이 전력투구한 흔적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교직원들은 학교현장에서 거의 초과근무를 달지 않고 업무를 볼 때가 흔하다"며 "인사혁신처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교사가 어떤 일을 했고, 그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따져 순직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초과근무기록 유무만 따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 변호사는 "초과근무를 갖고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기준"이라며 "요즘에는 몸이 힘들어서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잘못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인사혁신처가 대부분 그런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공무상 재해로 재판을 가야 그나마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1차 심사를 받을 때 제출한 자료 외에도 재심을 위해 추가적으로 자료를 많이 보완했다"며 "의사와 직업환경 등 관련 전문가들이 포함된 공무원 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서 유족 측이 제출한 자료들을 토대로 정성평가를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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