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바이오백신 펀드 1조 조성한다더니…예산 100억→0원 삭감

민간 투자금 유치 안돼 K-바이오백신 펀드 결성 미뤄지자 예산 되레 줄어… "정부 투자 대폭 늘려야"

윤석열 정부가 내후년까지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던 'K-바이오백신 펀드'의 정부 예산이 되레 점점 줄고 있다. 아직 1호 펀드도 조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일부에선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에 의구심을 내비친다. 더 과감한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의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K-바이오백신 펀드 사업의 내년 예산안은 0원이다. 지난해 500억원, 올해 100억원으로 규모가 줄더니 내년에는 아예 없어진 것이다. 이는 해당 펀드가 결성될때 사용될 출자금으로 잡힌 예산으로 펀드 추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로도 여겨진다.

K-바이오백신 펀드는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키우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복지부는 윤 대통령 주재의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거쳐 2025년까지 K-바이오백신 펀드를 1조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공공부문이 2000억원(정부 1000억원, 국책은행 1000억원), 민간이 3000억원을 투자해 5000억원 규모로 우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금리로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민간 투자금이 잘 모이지 않게 되면서 현재까지 K-바이오백신 펀드는 1호 펀드조차 결성되지 않은 상태다. 첫 펀드 조성 목표 시기도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 이달 말로 계속 늦춰졌다.

K-바이오백신 펀드가 조성되지 않자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줄이다가 삭감한 것 아니냐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회에 따르면 올해 예산안도 당초 복지부에서 500억원을 편성했는데 최종적으로는 100억원으로 감액됐다.

업계에서는 펀드 결성이 어려울수록 정부가 예산을 더 늘리고 투자금을 확대해야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재 바이오산업은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비상상황으로 이럴 때일수록 공공 투자금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며 "그런데 오히려 K-바이오백신 펀드 예산을 깎는다면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이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비전만 제시하지 말고 실질적이고 상세한 전략으로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K-바이오백신 펀드로, 펀드 투자금 중 정부 출자 비율이 60%는 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부가 진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목표 조성액 2500억원 중 70%인 1750억원으로 우선 결성할 계획인 1호 펀드의 정부 출자 비율은 20%(350억원), 지난달 운용사 모집 공고가 나간 15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 정부 출자 비율은 23%(350억원)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연내 5000억원, 내년 상반기에는 1000억원짜리 펀드를 추가해 K-바이오백신 펀드의 규모를 6000억원까지 키우려 한다"며 "내년에 약 300억~4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보건계정 펀드의 운용 회수금을 출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내년 예산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 상황을 보면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