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째 5000만원' 예금자보호한도…'1억 상향' 물건너가나

김정현 기자 2023. 9. 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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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한 2금융권으로 자금쏠림 우려…정부, 현행 한도 유지 분위기
9월말 예금보호한도 TF 최종 회의 열고 국회 의견 제출할듯
23년째 '1인당 5000만원' 한도에 묶여 소비자 보호 실효성을 두고 지적을 받아온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번에도 상향이 어려울 전망이다.2023.7.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3년째 '1인당 5000만원' 한도에 묶여 소비자 보호 실효성을 두고 지적을 받아온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번에도 상향이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달 말 예금자보호제도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최종 회의를 개최하고, 수렴된 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예금자보호한도란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라 금융사가 영업정지·파산 등으로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사 대신 지급해주는 최대 한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5년 예금자보호법이 제정되며 처음 예금자보호제도가 도입됐다. IMF 사태 이후 2000만원으로 정해졌던 예금자보호한도는 지난 2001년 '5000만원'으로 한 차례 상향됐으나 23년째 5000만원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와 예보는 지난해 3월 "예금자보호의 실효성 제고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예금보험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TF를 구성해 적정 목표기금 규모, 예보료율 등을 비롯하여 예금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검토를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 제공) 2021.4.14/뉴스1

◇금융당국 '현행 한도 유지' 분위기…머니무브 리스크 우려하는듯

그러나 최종 회의를 앞두고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 인상과 관련해 현행 5000만원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과 예보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예금보험료율의 적정수준·요율한도 관련 검토 경과(3차)'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보험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용역 보고서에는 △현행 유지 △1억원까지 단계적 한도 상향 △일부 예금 별도 한도 적용 등의 여러가지 개선 방안 시나리오가 담겼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 2금융권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인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자칫 과도한 '머니무브'를 초래해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예금보호한도가 확대될 경우 보험료율 인상압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금보험료 인상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예금자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1억원으로 상향함에 따라 영향을 받는 건 예금액이 5000만원~1억원 이하인 경우인데, 이에 해당하는 금융소비자 비율이 업권별로 약 1~2% 내외에 불과하다"며 "보험한도 상향으로 인한 편익은 일부 상위계층에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영향받는 해당 금융소비자 비율이 1~2%인 이유는 예금자보호한도에 맞춰 분산 예치 사람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금융소비자만 불편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관석 위원장이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고 있다.(국회 제공) 2021.7.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업권별로 이해관계 다른 금융계…정치권은 "상향해야" 목소리 커

반면 정부와 달리 정치권 등에서는 현행 예금자보호한도가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비해 터무니 없어 금융 소비자를 위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 보험금의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액(GDP)과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인당 GDP는 3만2142달러(약 4253만원), 부보예금 총액은 2884조원이다. 보호한도가 5000만원으로 정해졌던 2001년 대비 각각 약 2배, 7배 늘었다.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도 지난해 기준 1인당 GDP 대비 1인당 보호한도에 대해 △미국 3.3배 △영국 2.3배 △일본 2.3배로 분석했으나, 우리나라의 보호한도 비율은 1.2배에 불과해 주요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았다.

정치권에서도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는 방향의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이 21대 국회에만 11개가 발의돼있다. 이 중 8개 법안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최대 2억원까지 예금자보호한도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예금자는 금융비용 감소와 예금액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편익을 얻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금융시스템 취약성이 개선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현행 유지나 상향에 대해 워낙 예민한 사안이다보니 실무진에서는 이에 대해 다들 함구하고 있다"며 "업권별로도 자금 흐름이나 예보 요율 등 제각각 이해관계나 셈이 다른 상황이라 금융권에서는 통일된 한 방향의 목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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