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부실채권 5000억 털었지만...연체율 더 뛰었다

5대 지방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5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상각·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많은 지방은행이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자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연체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이 높아 하반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이 올 상반기에 상·매각한 부실채권 규모는 총 532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3210억원)에 견줘 65.8% 늘었고, 지난해 전체 상·매각(6854억원)의 77.6%에 달한다.

상·매각한 부실채권은 장부상 자산에서 제외돼 연체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불러오지만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상승세다. 올 2분기 말 5대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0.32~1.07%로 지난해말(0.26~0.69%)에 비해 은행별로 0.07~0.38%포인트(p) 뛰었다. 특히 전북·광주은행이 각각 0.38%p 오르면서 각각 1.07%, 0.71%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연체가 늘어난 건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가 지방은행 차주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부문에서는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중저신용자에 내준 대출이 많아 연체 우려가 더 높다. 지난 7월말 기준 5대 지방은행이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잔액 기준)에서 금리 7% 이상 비중은 28.9~75.7% 수준이다. 같은 기간 5대 대형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비중은 7.9~17.6%다.

기업대출 중에선 부동산·건설업에서 연체가 늘고 있다. 실제로 연체율이 큰 폭으로 상승한 전북·광주은행은 기업대출 중 부동산·임대·건설업 비중이 각각 50.1%, 49.9%에 달한다. 반면 신한은행의 부동산·임대·건설업 비중이 0.7%에 불과하는 등 대형은행은 제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지방은행의 하반기 건전성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지방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보다 더욱 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캐피탈업권이나 저축은행보다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제 연체율 관리를 잘해야 되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며 "부동산 대출 부문도 최근 우려가 있지만, 우량한 건설사 중심으로 대출을 내거나 보증보험 등 담보 관련을 면밀히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