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제안부터 연봉까지 책임진다…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헤드헌터

김양혁 기자 2023. 9.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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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 경기불황에 신입보다 경력 채용
헤드헌터 업계 ‘들썩’, 워라밸·연봉까지 조율
물밑 이직 진행하던 헤드헌터 공식 창구 개설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일자리정보 게시판에 구인구직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는 한 구직자의 모습. /뉴스1

국내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던 30대 직장인 전모씨는 최근 헤드헌터로부터 한 반도체 기업이 소방·전기·환경을 담당할 건설 분야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직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하려면 성가신 부분이 많을 거로 생각했지만, 헤드헌터가 중간에서 이직에 필요한 각종 잡무를 도맡아 해 준 덕분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전씨를 대리해 이직하는 회사 측에 희망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수준을 제안하고, 연봉을 협상하고 조율해 준 것도 헤드헌터였다.

경기 불황으로 국내 기업들이 시간적·금전적 투자 없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사원 채용을 선호하게 되면서 헤드헌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일반 사원뿐 아니라 대표급 임원 채용 과정에서도 헤드헌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헤드헌터 업계는 단순히 구직자에게 이직 제안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원자 대신 회사 측과 연봉, 워라밸까지 조율해 주는 식으로 차별성을 더해 이직자 구미를 당기고 있다.

19일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서치펌 업체는 2000개가량으로 추정된다. 서치펌은 구직자와 구인 업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헤드헌터가 속한 회사를 의미한다. 2019년 1500여개 수준에 비해 많이 늘어난 수치다.

채용 전문 포털 사람인 자회사인 사람인에이치에스는 헤드헌팅 시장이 정보기술(IT), 금융 산업 발전에 따른 전문인력 수요 증가와 다국적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라 지속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최근 헤드헌팅 업체의 호황이 국내 대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 경력직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정협 세종대 융합창업전공 겸임교수는 “기업 관점에서 보자면, 신입사원을 채용해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것보다는 인건비를 더 지출해도 이미 준비된 경력직을 채용하는 게 이익으로 판단될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경력직 채용을 주 업으로 하는 헤드헌팅 회사들이 특수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8월 국내 매출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7곳 중 82곳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중 6곳 이상은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뽑아 시간과 금전을 투자해봤자 이직해버리면 끝”이라며 “차라리 검증된 인력을 뽑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일반 직원뿐 아니라 대표이사급 임원 채용에서도 헤드헌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최근 수개월 동안 최고경영자(CEO) 공백을 겪었던 KT는 지난 7월 CEO 후보 공개 모집에서 후보 본인 및 주요 주주들의 추천과 함께 서치펌 업체로부터도 인사 추천을 받았다.

업계의 호황으로 헤드헌터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일부 업체는 평판 조회와 연봉협상까지 대리해 주는 차별화한 서비스로 구인 기업과 이직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서치펌 업체 한 관계자는 “업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회사와 외국계 회사를 연결하기 위한 전문 부서를 따로 두고 구인을 원하는 회사 인사담당자와 소통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링크드인, 블라인드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회사 분위기, 업무량, 인센티브, 복지와 같은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구직자와 소통한다”고 귀띔했다.

서치펌 회사들은 성장하는 헤드헌팅 시장에 발맞춰 목소리를 내기 위한 공식 소통 창구 설립에도 나섰다. 물밑에서 이직자와 구인 업체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계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8월 한국서치펌협회는 사단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하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사업자협회 설립 인가와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한국서치펌협회 관계자는 “법 테두리 내에서 업계 권익 보호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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