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 로봇배달·AI 법률상담, 규제 문턱 넘어야 탄탄대로
모바일로 인공지능(AI) 변호사와 법리 상담하고, 부동산 투자 전략을 AI가 짜주는 시대가 열렸다. 악천후 속에서도 정확한 시간에 음식을 전해주는 배달로봇이 바쁘게 돌아다닌다. 동네 편의점에는 점원이 없어도 AI 기술로 상품 구매가 간편해진다. 이같은 플랫폼과 유통 분야 미래 신산업이 꽃을 피우려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득 세력의 '견제'를 넘어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걸테크·프롭테크는 이미 생활, AI로 더 가까이
플랫폼 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리걸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법조계 종사자의 일손을 덜어주고 일반인의 사법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AI 변호사, AI 입법영향분석 솔루션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인텔리콘은 법률GPT와 '도큐브레인'을 개발했다. 법률GPT는 10만건 이상 법률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다. 법률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도큐브레인은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분석·요약·생성한다. 하반기 채팅형으로 문서 검색 및 활용이 가능한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로앤굿은 AI 변호사 '로앤봇'을 운영 중이다. 로앤봇에 질문하면 24시간 무료로 실시간 법률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 의뢰인의 심리·경제적 부담을 없앴다. 이혼 분야 상담으로 시작한 로앤봇은 다양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6개월간 법률 지식을 배우면서 성장, 상담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에서도 AI 기술 접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권분석, 시세 산정, 개발 타당성 분석 등 정교한 부동산 거래를 지원한다. 직방은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 AI 방법론을 도입했다. 아파트 매매가를 자체 산출하고 가격지수 지표를 제공한다.
빅밸류는 상권분석 솔루션 'AI 로빅', AI 시세산정 솔루션 '빌라시세닷컴', 부동산개발타당성분석 솔루션 'AI 디벨로퍼', 토지·건축물 매입 시가 산정 솔루션 'V-어드바이저' 등을 판매 중이다. 부동산플래닛은 부동산 가격을 AI가 산정하는 'AI 추정가'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음식은 로봇이 배달하고 점원 없는 무인점포는 확대 중
배달 플랫폼 업계가 주목하는 미래 신산업은 로봇배달이다. 인명사고 등 리스크가 크고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자율주행차보다는 시속 5~6㎞ 속도로 안전하고 더 빨리 상용화가 가능한 로봇배달서비스가 최근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생산인구 감소 및 계속 늘어날 음식·생필품 주문, 택배 등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의 새로운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 70%가 살고 있는 아파트 환경에서 배송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환경을 모두 고려한 자율주행이 핵심 기술력으로 꼽힌다.
미래 로봇배달 서비스는 앞으로 배달원을 도와 더 효율적으로 음식과 생필품 배달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근거리 배달을 수행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라스트마일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배달로봇 없는 배달과 배송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통업체들은 AI, 챗GP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기존 산업에 도입하고 이를 활용한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오프라인 소매점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리테일 테크'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유통사 중 리테일테크 선두주자는 아마존이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진출, '아마존 고'를 통해 무인매장 시대를 열었다. 아마존 고 무인 결제 시스템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센서, AI 딥러닝, 컴퓨터 비전 등의 기술을 융합했다.
국내에서도 무인점포는 다양한 영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편의점부터 아이스크림, 밀키트 등 전문소매점과 로봇을 활용한 커피전문점도 등장했다. 인건비 증가와 비대면 방식 소비가 맞물려 무인점포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신산업 육성 걸림돌은 '규제'와 '견제'
리걸테크 업계는 이익 단체의 견제로 토종 리걸테크 플랫폼이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AI 기술 개발에 대한 전문직역의 부정적 시각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년 전 로톡은 AI형량예측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한국변호사협회의 반발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로이어드컴퍼니는 2021년 AI가 사건을 분석하는 서비스인 로이어드를 선보였다. 변협은 손수혁 로이어드컴퍼니 대표를 징계했다.
K리걸테크는 국제 무대 데뷔를 앞둔 중차대한 기로에 서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법무부 대표단이 로앤컴퍼니와 인텔리콘 등 리걸테크를 방문했다. 그러나 변협이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으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산업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쟁력과 법률 소비자 권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로봇배달은 지난 4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과 로봇의 보도 이동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규제의 벽을 한 고비 넘었다. 다만 자율주행로봇이 이동 중 수집하는 데이터의 개인정보침해 문제나 보험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여럿 남아 있다.
유통분야 무인점포 확대에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확산 속도에 비해 관련 규제가 미흡하다. 업종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점포 수에 대한 현황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범죄나 화재, 식품 위생 등에 대한 관리도 미흡하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지금 세계는 디지털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에서는 앞다퉈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신산업에 대한 규제보다 디지털강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방안과 지원 전략을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율규제 vs 사전규제… 플랫폼 조율 숙제로
- [창간 41주년 기획 르포] 에코프로, 세계 첫 양극재 밸류체인 수직계열화…K배터리 고성장 이끌어
- [창간 41주년 특집]드론·로봇배송 일상화 4년 앞으로…유통업계, 실증 사업 '속도'
- [테크비즈코리아 2023]공공 연구기관 '기술이전의 장' 25~26일 대전 DCC서 개최
- 네이버, 원하는 선물 찾아준다...선물 전문 검색 도입
- “맥주부터 TV까지”…유통업계, 아시안게임 맞아 '집관족' 겨냥
- '1억 5000만년 전 공룡화석' 가격은 얼마?
- 세상에서 가장 큰 꽃 '시체꽃' 사라진다
- “참 쉽죠?” 뚝딱 완성된 밥 아저씨 그림, 130억원에 경매
- “승무원과 하룻밤 200만원”...베트남 성매매 일당 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