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1주년 특집]디지털전환 촉매는 창업, 기술기반·기업가형 창업 늘리자
창업기업은 디지털 전환(DX)의 촉매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들의 기술기반 창업은 기존 산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곤 한다.
국내 첫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 센드버드는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해 기업용(B2B) 채팅, 영상통화 문화를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게임 회사는 물론 헬스케어회사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으로 기업 내외 소통을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창업기업의 새로운 도전은 실리콘밸리는 물론 대기업, 중견기업 내부의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디지털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전통시장이나 생계형 창업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게 유입된 20~30대가 디지털을 무기로 창업에 나서며 디지털전환을 이끌고 있다. 기술기반창업과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기술기반창업 늘려 글로벌 시장 공략하자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기술기반 창업기업 수는 11만5735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줄었다. 2021년 상반기 12만2444개에 비해 창업기업 수는 줄었지만, 전체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창업기업 가운데 기술기반창업 비중은 17.8%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술기반업종은 제조업을 비롯한 정보통신(IT), 전문 과학·기술, 사업시설관리, 교육서비스, 보건·사회복지, 예술·스포츠·여가 등 7개 업종을 의미한다.
창업생태계에서는 최근 기술기반창업 비중 증가를 창업생태계가 무르익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실제 전체 신규 창업 규모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기술기반창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창업 5년차 기술기반창업기업 생존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중기부가 내년 창업정책 목표를 10여년만에 창업기업 수에서 기술기반창업기업 수로 변경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중기부는 내년 기술기반창업 성과 목표를 23만1820개로 잡고 있다. 올해 성과목표는 없다.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신설한 목표라서다. 지난해 전체 기술기반창업기업 수는 22만9416개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정부 역시도 기술기반창업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아 내년 국정을 설계하고 있다.
◇국내 사업화 중심 제한적 창업지원체계 바꾸자
정부가 지난달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스타트업코리아 종합대책'에도 대한민국을 창업대국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자는 목표가 담겨 있다. 딥테크 기업 육성, 글로벌 진출, 청년 창업 활성화 등 글로벌 창업대국을 위한 창업환경 조성에 재원을 확대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창업정책 패러다임이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을 2027년까지 5개로 늘리고, 서울의 창업·벤처생태계 순위를 10위에서 7위로 끌어올리는 등 핵심 목표가 담겨 있다.
세계 경제 트렌드가 디지털·융복합·글로벌 경제로 전환하는 만큼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디지털 경제를 이끌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창업기업을 대기업의 제조 부품 공급사라는 종속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법인이더라도 국내에서 세수 확보와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우수 인력과 자본을 내부 생태계로 유입하고, 유입된 인력이 다시 기술 발전과 혁신을 이뤄 또 다른 우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이 어려운 기술과제에 도전할 경우 대규모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는 등 딥테크, 초격차 중심으로 민간이 선별한 기업에 정부 재원을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 창업정책도 변화를 맞고 있다.
◇소상공인도 '본투 디지털 창업'
디지털 전환은 소상공인 창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상공인 창업은 노후 수입을 위한 생계형 창업을 넘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해 혁신을 추구하는 20~30대의 도전적 창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 창업 동향에 따르면 40~50대 창업은 2018~2020년 기간 감소한 반면, 20대 이하의 창업은 같은 기간 64.8%, 30대 창업은 5.2% 각각 증가했다. 전통적 소상공인 영역에서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계한 혁신기업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혁신 소상공인의 공통점은 디지털을 적극 도입하고 활용한다는 점이다. 스마트오더, 쇼핑몰 진출 등은 대표적인 수단이다. 특히 소상공인에게 보다 편리한 디지털 주문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티오더는 최근 이어지는 벤처투자 시장 침체 속에서도 연이어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이라는 과제를 중기부가 들고 나온 것은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역시 디지털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소상공인 생업현장에 2025년까지 스마트상점과 공방을 5만개 보급하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역량 확보를 위한 각종 교육을 지원하는 방안을 '소상공인 지원 기본계획'에 핵심 과제로 담기도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정부 차원의 중소·벤처기업 지원 대책이 대부분 벤처기업이나 성장단계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면 창업 자체에 대한 고민은 비교적 크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스타트업코리아 대책은 물론이고 기업가형 소상공인, 딥테크 육성 모두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물결에 대응하기 위한 큰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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