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창구서 싱크탱크로…‘한국판 CSIS’ 첫 발 뗐다
韓 대표 글로벌 싱크탱크로
신산업 품고 대안 제시 집중
한경협은 19일 오전 여의도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정문 앞에서 ‘한경협 표지석 제막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창법 한경협 상근부회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한경협의 기관명과 정관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경제단체를 설립했을 당시 명칭이다. 옛 한경협은 이후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경협은 새 슬로건으로 ‘한국경제 글로벌 도약의 중심’을 제시했다. 한 달간 대국민 공모전을 거쳐 결정한 것이다. 새 슬로건에는 ‘대한민국 G7 대열 진입 및 글로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도약’이라는 비전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류 회장은 지난달 22일 취임사를 통해 “경제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같은 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류 회장은 CSIS 이사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CSIS와의 파트너십을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헤리티지재단보다는 CSIS가 전경련의 방향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CSIS는 굉징히 중립적이면서 상당히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고 특히 북한관계 등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많이 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싱크탱크는 한경협이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인 모델로 꼽힌다.
옛 전경련은 정부를 상대로 집단적 의견을 내고 지원을 끌어내는 모델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이 같은 모델은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윤홍근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는 과거 논문에서 “대기업 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이해상충은 집단행동의 조직화를 위한 회의체 가동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선택적 인센티브를 획득할 수 있는 여지는 크게 줄었고 전경련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회원사 확충은 회원사 간 이질성의 간극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의 성공적 조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 회장이 강조하는 글로벌 싱크탱크 모델은 이와 결이 다르다. 싱크탱크는 집단행동보다 대안을 제시하는 데 중심을 둘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갖는다.
류 회장의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4대 그룹 합류로 대기업 입장만 대변하게 되거나 중소기업 또는 정치권과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질문이 나왔다.
류 회장은 4대 그룹이 한경협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묻자 “국민들이 존경하고 기대할 수 있는 초심에 부합하는 협회를 만들어보자는 제 생각에 동의한 것 같다”며 “우리 경제를 위해 새 출발을 한다는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경협은 경제계 대표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만큼 신산업과 신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옛 전경련은 과거 금융회사·공기업 등을 회원사로 끌어안으면서 외형을 키우고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한경협은 최근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 IT·엔터테인먼트 주요 기업에 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류 회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55년 만에 한경협이 이름을 바꾼 것은 창립 당시 초심을 되새기고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나아가는 길에 임직원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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