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할땐 ESS'…K배터리 3사, 포트폴리오 배분 나섰다
LG엔솔·삼성SDI·SK온, 북미·유럽시장 강화중
중국과 가성비 경쟁 불가피…LFP기술력 승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성장세에 따라 관련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면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채울 사업으로 ESS가 부상하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SS 주력 제품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우면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2030년 ESS 글로벌시장 ‘347조원’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다. 발전소와 연계돼 대규모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송배전 효율 향상을 위해 설치된다. 또 실제 사용처와 가까운 곳에 설치, 상업용·가정용으로도 활용된다.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기조에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성장하면서 ESS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경우 전력 생산량과 사용 시점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과전류 및 정전을 겪을 수 있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ESS가 필수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2년 ESS 글로벌시장은 전년비 68% 성장했다. 오는 2030년엔 시장 규모가 2620억달러(약 346조7000억원)로 확장할 전망이다. 2021년 110억달러(약 14조5500억원) 대비 약 24배 성장하는 수치다.
우드맥킨지도 글로벌 누적 ESS 설치량이 2021년 28기가와트시(GWh)에서 2031년 1테라와트시(TWh)까지 늘어난다고 봤다. 10년새 35배 성장하는 셈이다.
급격한 ESS 시장 성장전망은 최근 증가율 둔화가 예측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 대조적이다. 전기차 판매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감소세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2021년 115.5% △2022년 61.2% △2023년 상반기 41.0% 였다.
북미·유럽, 친환경사업 지원 강화
ESS 성장시장 중에서도 눈에 띄는 곳이 북미다.
미국 내 누적 ESS 설치량은 2031년 600GWh에 달할 전망이다. 이 기간 글로벌 ESS 시장의 60%가 미국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내 ESS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는 까닭은 관련 분야에 대한 지원책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3가지 부문에서 ESS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개별 독립형 스토리지에 대해 주거용의 경우 3kWh 이상, 상업용은 5kWh 이상 설치 시 소비자 투자 금액의 30%를 세액공제 해준다. 또 미국 내에서 배터리 모듈 생산 시 킬로와트시(kWh) 당 10달러의 기업생산공제가 제공된다.
유럽연합(EU)도 에너지 지원정책과 에너지 가격상승이 맞물려 ESS 시장성장이 기대된다.
2021년 초부터 그해 10월 말까지 유럽 내 천연 가스 수급장애 및 에너지 사용증대 등으로 가스 가격이 450% 폭등했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료 가격 상승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EU는 그린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재생 에너지 생산시설 및 ESS 개발·설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독일은 가정용 ESS 투자금의 30%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주고, 영국은 차액정산제도를 통해 ESS 사업자에게 적정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 독일·영국은 EU 내 가장 큰 ESS 시장이다.
지난해 6월 유럽에너지저장협회(EASE) 자료에 따르면, 당시 5GW 규모의 신규 배터리가 설치돼 누적 10GW 이상의 배터리 용량이 가동 중이었다. 2030년까지 누적 배터리 용량은 57GW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올 들어 EU의 친환경 정책이 강화되면서 역내 ESS 수요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유럽내 ESS 시장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BYD가 전체의 75%를 점하고 있다.
K배터리, 북미 드라이브
K배터리 3사는 북미 ESS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현재 한국 오창과 중국 난징에 ESS 생산라인이 있는데, 올초 미국 애리조나에 ESS용 배터리 공장 신규 설립을 결정했다. 2026년 양산을 목표하며, 투자비용은 3조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공장을 거점으로 5년 내 ESS 부문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회사 설립후 첫 글로벌 그린본드 10억달러 발행도 성공했다.
삼성SDI는 ESS 분야 전통 강자다. 2009년 ESS 사업 출사표를 던지고 2010년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장기간 쌓인 노하우 덕에 매출·영업이익도 경쟁사와 차이난다. 증권가는 삼성SDI의 올 상반기 ESS 부문 영업이익을 680억원으로 추산했다.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한 규모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ESS 부문 매출은 △2020년 1조3000원 △2021년 1조5000억원 △2022년 2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쟁사 대비 27% 가량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박 연구원은 삼성SDI가 올해 ESS 매출로만 2조800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삼성SDI는 현재 한국 울산과 중국 시안에서 ESS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배터리박스(SBB)’라는 제품에 주력한다. ESS 내부 배터리 셀과 모듈을 하나의 박스형태로 세팅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 용량은 3.84메가와트시(MWh)로 400여가구의 하루 전력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다. 미국 내 증설 계획은 아직 없으나,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SK온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준비 중이다. SK온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해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증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FP로 중국과 한판 승부’
향후 과제는 중국기업과의 경쟁이다. 승부처는 기술력 대비 가격, 즉 가성비가 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워 ESS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글로벌 ESS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2021년 36.3%였던 국내 배터리 업계(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점유율은 지난해 15.8%까지 떨어졌다. 순위도 2021년 삼성SDI가 2위, LG에너지솔루션이 3위였지만 각각 5위와 4위로 떨어졌다.
ESS의 경우 전기차 대비 에너지 밀도의 중요성이 낮다. LFP가 고성능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 대비 화재 위험이 적고 수명이 긴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2030년경 ESS 시장 대부분을 LFP 전지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K배터리 3사는 중국제품과 차별화되는 LFP 배터리 기술개발에 전력투구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 공장을 LFP 전용 라인으로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고성능인 NCM 등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되 LFP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 ESS용 대용량 신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고, 중장기적으로 LFP 플랫폼 개발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ESS 사업전략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해당 시장이 초창기인 만큼 향후 몇 년간 중국 기업들과의 점유율 경쟁이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각사는 LFP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쿠팡 쓰나미'에 출렁이는 OTT…대응책은
- 햄버거 1등은 '버거킹'…'롯데리아' 최하점 굴욕
- [공시줍줍]두산로보틱스, 공모가를 2만6000원으로 정한 이유
- '배터리 춘추전국시대' 미래 위한 K-배터리 신의 한수는
- 반도체 가격 오른다…'한파터널 끝에 선 삼성전자·SK하닉'
- 원희룡 "5호선 연장, 인천·김포 계속 싸우다 둘다 안 될 수"
- 무빙 흥행에 '강풀 유니버스' 웹툰 역주행
- [공모주달력]하반기 IPO 대어 두산로보, 밀리 공모청약
- 길 잃은 5호선 김포·검단 연장…노선 발표 또 밀린다
- 4680 원통형 배터리, K-배터리 미래 책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