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모평 출제진 24명, 최대 5억원 받고 학원에 문제 팔았다
사교육업체에 이미 팔린 문항 수능 출제 가능성
교육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 수사 의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현직 교사 24명이 대형 입시학원 등에 최대 5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고 모의고사 문항을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4명은 학원과 문항 거래를 한 뒤 출제진에 합류했다. 사교육업체에 이미 팔린 문항이 수능에도 출제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 주재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는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영리행위를 했다고 자진신고한 교사 322명의 명단을 2017학년도 이후 수능·모평 출제 참여자 명단과 대조해 24명을 적발했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사실을 숨기고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교사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수능·모평 출제위원은 최근 3년간 상업용 수험서를 집필하거나 영리목적으로 강의·특강을 한 적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 하는데, 이들이 이 과정에서 문항 판매 사실을 은폐했기 때문이다.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후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2명 중복)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금품수수 금지’, 정부출연연법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 적발된 24명 중에는 5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는 등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도 다수 포함됐다고 교육부는 전했다. 이들이 문제를 판 사교육업체 중에는 다수 계열사를 거느린 유명 입시학원도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이 수능 문제를 학원으로 유출했거나 학원에 판 문제와 동일·유사한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한 것으로 확인되면 수능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검토 시스템상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봤다. 장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본인이 (사교육업체에서) 출제한 문항이 수능에 실제 출제가 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한 사람이 단독으로 출제한 문제가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같이 검토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개인이 낸 문제가 그대로 출제됐을 개연성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사교육업체에 판 문항과 실제 수능·모평 문항을 대조해가며 확인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만드는 사교육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되고, 소속 전문연구요원이 담당 분야가 아닌 국어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업체의 전문연구요원 배정 추천을 제한하기로 했다. 병무청은 해당 요원의 복무를 연장하고 수사 의뢰하는 한편 업체는 고발하기로 했다.
장 차관은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 구성에서 감사원과 협의해 사교육업체 문항 판매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내년 수능·모평에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하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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