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구도 원치 않는다…중, 미·러와 잇단 고위급 회담 ‘관계 관리’ 나서

이종섭 기자 2023. 9. 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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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회담 뒤
곧바로 모스크바에서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만나
대북·대러 관계 관리 동시에 서방의 대중 견제 경계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바빠졌다. 북한·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오는 10월에 성사될 가능성이 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 정상회담, 11월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통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6~17일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2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담’을 가진 다음날 곧바로 모스크바로 날아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중·러 관계는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영구적인 선린우호와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은 양국의 발전·진흥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러 협력은 제3자를 겨냥하지 않고 제3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중·러는 일방적 행위와 패권주의, 진영 대결이라는 역류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시대의 진보와 흐름에 따라 대국의 역할을 발휘하고 국제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러시아 방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이뤄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왕 부장에게 김 위원장 방러 결과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 문제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 주석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양국의 다음 고위급 왕래를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북한·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과의 관계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다. 중국은 최근 북·러간 밀착 움직임이 양국에 대한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북·대러 관계를 관리하는 동시에 양국과의 밀착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를 보여주듯 왕 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날, 미국을 방문한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한 부주석은 이날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세계는 안정적이고 건전한 중·미 관계를 필요로 하며, 그런 관계는 양국뿐 아니라 세계에 이롭다”며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기회이지 도전이 아니고, 이익이지 리스크가 아니기에 양국이 상호 성취를 거두고 공동번영하는 것은 완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회담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며 양측이 향후 몇 주 안에 후속 고위급 접촉을 갖는 것을 포함해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고위급 접촉 약속은 왕 부장의 미국 방문 및 양국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을 시사한다. 왕 부장의 방미 회담이 이뤄지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시 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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