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는 코멘테이터, 일본 기자는 메신저인가”

이하원 논설위원 2023. 9. 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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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일 언론 포럼 도쿄서 개최
양국관계 개선 위해 언론이 제 역할해야
가짜뉴스에 대해 한일 공동대응도 필요

일본 도쿄의 프레스센터에서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등이 주최한 ‘2023 한일 언론포럼’이 개최됐다.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양국 언론인들이 지속가능한 관계 구축을 위해 기여할 방안을 찾자는 취지였다. 한일 양국에서 약 20명의 언론인과 학자 등이 모여 4시간 넘게 토론했다.

일본 측의 발제자는 “일한 관계의 정확한 인식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보도에 임하는 것은 당연한데, 양국의 실상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실 관계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 양국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보도 내용을 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측의 발제자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언론은 한국 국민에게, 일본 언론은 일본 국민에게 각각 다른 형태로 사실을 과장 혹은 왜곡해 왔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이 일본에서 신뢰도가 낮은 매체들의 기사를 이용해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면, 일본 언론은 써야 할 것을 안 쓰는 방식으로 반감이 뿌리내리게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방 국가를 너무 깎아내리지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자며 상대방 정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일본측의 한 참석자는 한국 기자들을 ‘코멘테이터’, 일본 기자들을 ‘메신저’에 비유했다. 한국 기자들은 자신이 쓰는 기사에 어떤 입장을 담으려고 하는 반면 일본 기자들은 있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만 전하려 한다는 것이다.

포럼에서는 이와 비슷한 견해가 다른 참석자들을 통해서 나왔다. 일본 국민은 한국 언론이 지나치게 한일관계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받는 반면, 한국에서는 일본 언론이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 소극적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에서는 ‘언론’, 일본에서는 ‘보도기관’이라고 부르는 차이도 논의됐다.

포럼에서는 최근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도 논의됐다. 서울 지국장 경험이 있는 한 일본 기자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 관련, 위조된 일본 정부 문서가 인터넷에 나돈 것을 거론했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돈을 써서 하나마나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는데, 이를 한국 일부 매체가 전하고 일본 관방장관의 정례 브리핑 때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짜 뉴스 등으로) 사실을 전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이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는 포럼 축사에서 다음 달 25주년을 맞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한일관계가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언론계 등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창수 센터장은 “한일관계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를 포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양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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