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티, 쿠티뉴에 이어 드락슬러까지' 사우디에 자극? 카타르도 '오일머니 ON' 스타 끌어 모은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사우디아라비아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오일머니의 또 다른 축' 카타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카타르 알 아흘리는 19일(한국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파리생제르맹(PSG)에서 뛰던 독일의 스타 율리안 드락슬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 여름까지, 2년이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이적료는 900만 유로(약 127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드락슬러는 등번호 7을 달고 뛴다.
드락슬러는 구단을 통해 "카타르 스타스 리그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 축구에서 큰 명성을 지닌 알 아흘리로의 이적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항상 팀에 퀄리티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대하는 수준의 활약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압둘라 알-물라 알 아흘리 회장도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알 아흘리에서 드락슬러와 같은 능력을 갖춘 선수의 존재는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드락슬러는 독일이 주목하던 재능이었다. 2010년 샬케에서 데뷔한 드락슬러는 빼어난 기술과 측면-중앙을 오가는 멀티플레이 능력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샬케에서 29골-29도움을 기록한 드락슬러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구단 역대 최고액인 4300만유로(약 607억원)에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드락슬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2017년 빅클럽의 러브콜 속 PSG 유니폼을 입은 드락슬러는 초반 확실한 주전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4년 차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드락슬러는 지난 시즌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PSG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드락슬러는 PSG에서 6시즌을 뛰며 198경기 출전해 26골을 기록했다. 그 사이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 지난해 3월 이후 대표팀에 뽑히지 않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던 드락슬러에게 카타르가 손을 내밀었다. 이미 드락슬러를 전력 외로 분류한 PSG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드락슬러는 유럽을 떠나 카타르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올 여름 카타르 무대에 입성한 스타는 드락슬러 뿐이 아니다. PSG에서 드락슬러와 한솥밥을 먹던 마르코 베라티도 카타르행을 택했다. 알 아라비는 14일 베라티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2012년부터 PSG의 중원을 지켰던 베라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부임하며 팀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당초만 하더라도 사우디행이 유력했지만, 막바지 알 아라비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카타르행이 성사됐다. 이적료는 4500만유로, 약 640억원으로 추정된다. 알 아라비는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수비수 압두 디알로까지 영입하는 폭풍 행보를 보였다.
이에 앞서서는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등에서 뛰었던 브라질 국대 출신 미드필더 필리페 쿠티뉴가 애스턴빌라를 떠나 알 두하일 유니폼을 입었다. 알 두하일은 김문환이 뛰고 있는 팀이다. 쿠티뉴는 전성기에서 내려온 모습이지만, 이름값만큼은 카타르 이적생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올 여름 이적시장의 중심은 단연 사우디였다. 지난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알 이티하드로 이적한 것을 시작으로, 은골로 캉테(알 이티하드), 리야드 마레즈(알 아흘리),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 등이 차례로 사우디행을 택했다. 베테랑 뿐만이 아니었다. 전성기가 한창인 후벵 네베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이상 알 힐랄) 등과 같은 20대 스타들도 사우디행을 택했다. 스티븐 제라드 같은 레전드들은 감독으로 사우디행을 택했다. 정점은 역시 네이마르였다. 세계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인 네이마르는 파리생제르맹을 떠나 알 힐랄 유니폼을 입었다.
그 결과 사우디는 올 여름 선수 이적료로 약 6억유로(약 8747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스페인 리그를 훌쩍 넘는다. 프리메라리가는 올여름 약 3억3700만유로(약 4913억원)를 사용했는데, 사우디 리그는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돈을 썼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EPL은 약 20억5000만유로(약 2조9887억원), 이탈리아 세리에A는 7억유로(1조205억원), 독일 분데스리가는 6억4802만유로(9447억원), 프랑스 리그1은 6억3000만유로(9184억원)다. 사우디 리그는 당장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리그도 넘보는 수준에 도달했다.
연봉규모를 보면 더욱 어마어마하다. 당장 연봉 세계 '톱 10' 중 8명이 사우디 리그 소속이다. 호날두와 벤제마가 각각 2920억원의 연봉을 받아 1위에 올랐고, 뒤를 이어 3위 네이마르(2190억원), 4위 캉테(1461억원)다. 5~6위만 다른 리그 소속이다. PSG에 있는 음바페가 1019억원을 받으며 5위에 자리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662억원으로 6위에 자리했다. 7~10위는 다시 사우디 소속이다. 마네(579억원), 헨더슨(579억원·알에티파크), 마레즈(509억원), 칼리두 쿨리발리(441억원·알힐랄)까지 7∼10위가 모두 사우디 리그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사우디의 자금력이 이적시장을 "변화시켰다"며, 엘리트 클럽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SPL의 이적시장이 유럽 리그보다 늦게 끝나는 점을 우려했다. 사우디 슈퍼리그의 고위 경영진인 영국 출신 피터 허튼은 BBC 인터뷰에서 "SPL은 몇년 더 사용할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를 멈출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40년째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크고 야심찬 프로젝트를 본 적이 없다"며 "사우디리그는 5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팬을 확보했다. 정부 차원에서 아카데미, 남녀축구, 협회를 상호 연결하는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 차원"이라며 급락한 중국 슈퍼리그의 열풍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년 월드컵 개최에 도전하는 사우디는 최근 2027년 아시안컵에 이어 2023년 클럽 월드컵 개최권을 따내는 등 '축구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는 사우디국부펀드(PIF)를 앞세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스타들을 품고 있다.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국제적 지위를 높이고 싶어한다.
인권 탄압국의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한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사우디의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미 살만 왕세자가 정점에 있는 PIF는 알 나스르, 알 힐랄, 알 이티하드, 알 아흘리의 지분 75%를 보유, 선수 영입 등과 관련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까지 마련했고, 이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유치를 비롯해 PSG 인수 등 사우디 보다 먼저 축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카타르도 큰 자극을 받은 모습이다. 투자 규모 면에서는 조가 넘는 단위를 준비한 사우디에 미치지 못하지만, 카타르 역시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 기세다. 올 여름 유럽의 특급 스타들을 대거 영입하며, 물꼬를 텄다. 카타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앞으로 스타들의 카타르행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다음 이적시장을 대비해 몇몇 대형 스타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카타르까지 가세하면, 중동 시장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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