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추계] 10년뒤, '규'삼부자가 기억할 해남은?

해남/배승열 2023. 9. 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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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해남/배승열 기자] 이규섭-이승준-이승민. 새로운 농구 부자가 해남에 모였다.

지난 17일, 전라남도 해남군에서는 '제53회 추계 전국남녀 중고농구연맹전 해남대회' 중등부 16강 결선이 시작했다. 주말을 이용해 평소보다 많은 학부모가 현장을 찾아 아들, 딸에게 환호와 격려 그리고 누구보다 큰 사랑으로 응원했다.

많은 가족 중 새로운 농구 부자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이규섭-이승준-이승민, 이씨 삼부자다. 이규섭 해설위원의 두 아들은 현재 휘문중과 용산중에서 농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두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기사가 나간 적은 있지만,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농구 가족을 주제로 형과 인터뷰가 나간 적이 있다. 이제는 우리 식구 4명 중 3명이 농구인이 됐다"고 웃어 보였다.

이규섭 해설위원 인생에 있어 농구장은 마치 안방과도 같다. 어린 시절 꿈을 위해 땀을 흘렸고, 1순위 신인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에서만 14년이 넘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수석 코치와 감독 대행, 해설위원까지 농구장에서 한평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아빠로 농구장에 들어왔다.

이 해설위원은 "솔직히 첫째 승준이가 클럽에서 농구한 시점은 늦었다. 축구를 하다가 농구로 전향했고 엘리트 선수로 진학했다. 둘째 승민이도 축구를 하다가 형을 따라서 농구를 시작했다. 운동보다 공부에 비중을 두고 싶었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축구,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시켰는데 결국 본인들이 원했고, 의사를 밝히면서 말리는 것보다 도와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마음으로 걱정이 있다. 아들들이 느끼기에는 모르겠지만, 듣기 싫은 소리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농구는 연령대별 코치한테 배우는 게 맞아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나 아빠다보니 어쩔수 없이 예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페에서 만난 형제의 첫 분위기는 달랐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이승준(휘문중3) 군은 낯을 가리는 편이었고 둘째 이승민(용산중1) 군은 좋아하는 망고스무디를 마시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먼저 첫째 이승준 군은 "처음 인터뷰가 들어왔을 때 망설여졌어요. 부끄럽기도 하고..."라며 "그래도 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지겠지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농구인의 아들, 특히 장남으로 주변의 관심과 주목은 뒤따를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승준 군은 "처음 낯을 가리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인터뷰 동안 아빠 이규섭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농구장에서 선수때는 내 위주로 했다면, 코치,감독으로는 팀을 보고 운영하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해설자로서는 흐름을 전달했다"며 "아빠로는 당연히 다르다. 자연스럽게 경기 흐름보다는 두 아들만 보인다. 아들들이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언젠가 아들들과 이런 추억을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둘째 이승민 군은 올해 엘리트 농구로 전향했다. 그동안 클럽 농구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용산중으로 진학. 엘리트 농구 적응에 한창이다. 올초와 달리 살도 빠진 모습이었다.

둘째 이승민 군은 "볼살은 빠졌지만, 체중은 그대로에요. 엘리트 농구에 적응 중인데, 이번 동계 훈련을 마치면 괜찮아 질 것 같아요"라며 "처음 엘리트 유니폼을 받았을 때 새로운 시작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새 유니폼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전했다.

클럽에서 엘리트 전향, 많은 것이 달라지지만 특히 결과가 주는 분위기 차이는 크다.

이승준 군은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농구를 하는데, 이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농구가 재밌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클럽에서는 지면 경기장에서 기분이 안 좋고 말았는데, 엘리트에서는 집에 가서도 생각이 나고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라고 했다.

이승민 군은 "원래 축구를 더 좋아했어요. 근데 골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농구가 재밌어서 하게 됐어요. 클럽에서는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에서 끝났지만, 엘리트 농구는 다음날에도 생각과 기분에 영향이 있었어요"라고 차이를 말했다.

형제는 최근 아빠의 선수시절을 인터넷에서 영상을 찾아봤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선수 시절 농구장에 두 아들이 오긴 했지만, 5살, 3살이라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근 내 선수 시절 영상을 찾아보며 놀린다"며 "내가 수비를 안 한다는 등 말썽을 부린다 등 하는데, 내가 그렇게 했기에 너네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이승준 군은 "어릴 때 아빠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정도만 기억이 있어요. 어떤 경기였고 어떤 모습인지는 기억이 안 나요"라며 "아빠는 농구 할 때 말이 많아요. 엄격할 때는 무서워요. 하지만 평소에는 잘 챙겨주세요"라고 아빠 이규섭을 말했다.

이승민 군 또한 "농구 할 때는 조언도 하고 혼도 내지만, 착하고 잘 챙겨주는 아빠에요"라며 "형은...많이 괴롭히지만, 가끔은 잘해줘요. 형이 없으면 심심하기도 해서 항상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했다.

형제의 롤모델은 나란히 NBA에서 소속팀 에이스로 활약하는 트레이 영(애틀란타), 루카 돈치치(댈러스)다. 영은 마른 체형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긴 슛거리 그리고 동료를 살리는 패스가 장점이다. 돈치치는 현재 NBA를 이끌 차세대 스타이며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승준이는 이제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나도 조바심을 가끔 낸다. 엘리트 스포츠는 성장이 빠른 친구들이 유리하다. 또 최근 입시 제도에 의한 농구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뒤따른다. 입시 제도로 인해 기록이 나와야 하는데, 아들들이 장점을 잊지 않고 본인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며 "첫째는 패스, 둘째는 득점에 장점이 있다. 특히 첫째는 앞으로 가드로 경쟁해야 할 텐데 본인이 잘하는 것을 잊지 않고 고등학교에서 한층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둘째는 이제 중학교에서 시작한 만큼 잘 적응해서 과감하게, 여러 시도를 하며 부딪쳐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먼 미래, 두 형제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그 경기를 이규섭 해설위원이 마이크 앞에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만나며 더 잘해서 이길 거예요!" 형제의 말에 아빠 이규섭은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사진_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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