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에세이] '놀랍게 발전한' 일본 농구, '벤치마킹' 필요한 한국 농구
일본 일정 8일째 아침이 밝았다. 15일 오전이었다. 오사카의 하늘은 맑음 그 이상으로 청명했다. 좋은 기운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문득 다른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을 떠나 있던 기간은 6일이 제일 길었기 때문.
'아, 길다'라는 생각을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전에 가장 길었던 외유는 부산 KCC(당시 전주KCC)가 싱가폴에서 벌어졌던 머라이언 컵(2018년)에 참가했을 당시였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었다.
당시 새넌 쇼터(전 울산 현대 모비스)는 호주 팀인 애들레이드 36ERS로 뛰었고, 서울 삼성과 서울 SK에서 활약했던 닉 미네라스는 중국 팀 소속으로 대회에 나섰던 때였다. 쇼터는 우승을 경험했다. 당시에도 대회에 참가했던 가드 중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고, 라미레스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팔에 새긴 문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너무 돌아갔다. 어쨌든 이제까지 외유의 한계점을 넘은 시점이었다. 이래저래 피곤함의 징후가 나타났다. 잠깐 코피도 쏟았다. 속으로 ‘어우... 저질 체력’이라는 생각과 함께 ‘진짜 운동을 좀 해야겠다.’라는 것도 머리 속을 스쳐갔다.
일찌감치 식사를 하고 오전 시간은 주로 정비로 보냈다. 지난 8일부터 지바와 나고야에서 치른 전투(?)를 정리해야 했다. 카메라 충전과 사진 정리 그리고 남겨진 기사 등 나고야까지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오사카 전투를 준비해야 하는 휴식일인 셈이었다. 다행히 팀도 연습 경기 없이 오후 운동 일정만 존재했다.
잠시 숙소 근처를 산책하며 오사카를 느끼는 시간도 가졌다. 나의 머리 속에는 오사카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흐릿한 기억은 있지만, 추억이나 흔적은 없었다. 숙소는 난바에 위치해 있었다. 오사카의 중심지 중 한 곳이라고 한다. 10분 쯤 걸어가니 청계천과 같은 느낌의 상가 밀집 지역도 있었다. 그 곳에 한국 관광객들의 쇼핑 타겟인 동키호테도 있었다.
정비와 관광(?) 속에 오전을 보냈고, 편의점 음식으로 점심을 때운 후 KCC 선수단과 함께 오후 훈련장을 함께 찾았다.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새롭게 지어진 체육관으로 관서 지방 농구 축제를 주로 하는 곳이라고 했다. 관서 아마추어 농구 대회와 오사카를 연고를 남녀 프로 농구 팀 경기가 치러지는 장소라고 전해졌다.
농구장 3개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고, 이날은 1/3은 KCC 선수단이, 중앙 3/1은 중학교 여자 핸드볼 선수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사용했다. 1/3은 자바라로 막혀 있었다. 필요할 때만 개방한다고 한다.
나고야에서 가졌던 2경기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높은 집중력과 함께 훈련 시간을 지나쳤다.
이후 6시가 다 되어서 선수단은 숙소로 복귀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오전, KCC 선수단은 근처 연습 체육관을 찾아 간단한 연습을 통해 지난 날 부족한 점을 채워갔다. 그리고 오후 늦게 연습 경기를 위해 시가 시를 찾았다. 게임은 오후 6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숙소인 난바에서 1시간 20분쯤 달렸을까? 일본 건물 특유의 회색으로 둘러싼 체육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 찾은 곳이었다. 어느 덧 해는 뉘엿뉘엿지고 있었고, 마치 정규 시즌의 시작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어쨌던 경기는 시작되었다. 나고야를 거쳐 오사카에서 가진 첫 번째 연습 경기였다. 연습 게임 상대는 시가 레이크스. 웅장한 규모의 체육관이었고, 경기는 소 체육관에서 진행되었다. 건축하지 오래되지 않은 체육관은 깔끔하고 깨끗했다.
나고야와 달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저 ‘이상 혹은 꿈’이었다.
한 일본 농구 관계자는 “1부 팀과 경기보다 2부 팀 경기가 더 편파적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고, 그 이야기는 200% 현실이 되었다.
어쨌든 경기는 시작되었다. 존슨이 다른 모습의 플레이로 일관하며 전반전을 지나쳤다. 앞선 경기에서 득점에 치중했던 존슨은 이날 경기에서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좀처럼 슈팅을 시도하지 않았다.
최준용과 허웅이 공격적으로 나섰다. 전준범도 마찬가지였다. 이 경기 역시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뛰는 부분은 KCC 입장에서 버거웠다. 2부 팀이지만, 1부 하위팀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일본 선수까지 구성되어 있는 시가에게 스코어는 밀려갔다.
그리고 숙소로 복귀. 짙은 어둠 속에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온 결과였다. 그렇게 3일째 오사카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일본 일정 마지막 날, 선수단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20분쯤 거리에 있는 고베 스톡스와 경기를 위해 나섰다. 20분쯤 지난 후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말끔한 외관 속에 자리 잡은 경기장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시설이었다.
반가운(?) 얼굴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원주 DB 감독을 역임했던 이상범 전 DB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일본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한다. 안양 KGC인삼공사 시절 후 일본에서 인스트럭트 생활을 했고, 많은 영감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DB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
고베에서는 코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젊은 감독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었다.
3시 30분 경기는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밀렸다. 높은 집중력으로 KCC를 공략하는 고베 공수에 밀리는 느낌이었다. 어느덧 일본 전지훈련 9일차에 접어든 선수들은 시작부터 집중력이 다소 떨어져 보였고, 2-7 런을 허용했다.
중반을 넘어 KCC는 집중력을 살려냈다. 접근전을 가져갔다. 하지만 다시 나올 것이 나왔다. KCC가 추격의 시동을 걸자 어김없이 심판 콜이 경기에 큰 관여를 하기 시작했다. 아쉬운 트래블링과 상식 밖의 수비자 파울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콜도 콜이지만 농구를 보는 자체의 의미까지 무색해지는 상황이었다. KCC 선수들은 추격 의지가 꺾이는 듯 했다. 3쿼터에도 다르지 않았다. 존슨이 계속된 페이스 업을 통해 점수를 만들었지만, 언감생심 역전은 꿈꾸기 힘들어 보였다.
결국 경기는 고베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KCC에게 소득은 있었다. 지난 3경기에서 부진했던 이호현이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는 것과 ‘시행 착오’라는 키워드였다. 사실 KCC는 호흡이나 조직력에서 완성도가 높은 팀이 아니다.
이제 막 합류한 최준용과 알리제 존슨이 존재한다. 허웅과 이승현도 지난 시즌부터 KCC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개개인 면모는 화려하지만, 6강으로 꼽히는 팀들 상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조직력과 호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나의 작은 실수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이번 시즌 상대 전력에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KCC는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분명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슈퍼팀 결성으로 인해 우승후보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승까지 다다르기에 변화를 가져야 할 부분들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직 시즌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또, 10월 초로 예정되어 있는 컵 대회를 통해 전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구간도 존재한다.
이번 전지훈련 과정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는 일본에서의 10일간 일정으로 남겨야 할 듯 하다. 오사카에서 3일 동안 KCC 연습경기를 지켜본 키워는 ‘아직은’이었다.
짧은 시간을 통해 숙소로 복귀했다. 습한 날씨 속에 잠깐 단비같은 비가 내렸다.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생애 첫 오사카 방문이 마무리되는 시작점이었다. 다음날 오전, 선수단과 함께 오사카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1시간 가까이 되는 시점에 간사이 공항에 다다를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도심을 지난 후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공항을 인상적인 긴 다리를 통해 5분 가까이 달려서 만날 수 있었다.
12시가 다되어서 비행기는 김포로 향해 날아 올랐다. 1시간 20분 정도 날아서 대한민국 김포에 도착했다. 공기가 달랐다. 오사카에서부터 적지 않은 답답함을 느꼈던 나는 해방과도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출국 당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기온과 청량한 공기 등이 편안함 그 이상의 느낌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10박 11일의 일본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10일 동안 여정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점은 '발전된 일본 농구'였다. 외국인 선수는 차지하더라도 그들이 펼치는 농구는 '빠르고 정확하다.'였다. 10일 동안 들을 수 있었던 일본 남자 농구가 발전할 수 있는 배경에 그저 '부러움'이 느껴졌다.
60만 명이 넘는 저변, 공격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비즈니스 전개, 그리고 그들의 농구를 대하는 태도 등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수두룩했다.
사진 =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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