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품질경영의 종착점은 고객만족과 추천!

중간기지 확보를 위해, 1853년 미국은 함대 사령관 페리(Matthew Perry)제독을 일본으로 보내 무력으로 개항을 요구했다. 다음 해, 막부(幕府)를 굴복시켜 ‘미일화친조약’을 맺었다. 그 조약은 강압에 의한 불평등 조약이지만 그것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으로 이어져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미국에 당하면서 성장한 일본은 겁도없이 2차세계대전 중 미국과 ‘맞장뜨다’ 결국 망했다. 패망한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여 통치하였다. 그때 미국에서 귀인(貴人) 두 명이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인들은 지금도 그들을 못 잊고 고마워한다. 특히, NEC(니혼전기), 도요다, 혼다, 닛산 등 주요 산업의 경영진들은 “일본은 그들에게 성공의 빚을 졌다”고 인정한다.
두 명의 귀인은 쥬란(Joseph Juran)과 데밍(Edwards Deming)교수이다. 쥬란은 한국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일본에 와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통계적 방법을 바탕으로 한 품질관리 및 실무에 대해 가르쳤다. 그는 1951년 <품질관리 핸드북; Quality Control Handbook>을 펴내면서 오늘날에도 유용한 품질개선 프로그램을 주창하여 일본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 육군은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불량 무기를 미리 가려 내고자 납품되는 군수물자에 통계적 샘플링 검사법을 실시하였다. 전쟁 중의 절박한 필요성이 쥬란과 데밍 같은 현대적 품질관리 전문가를 키워낸 것이다.
데밍은 2차세계대전 중 미국 국방연구소에서 품질관리에 대해 가르쳤다. 종전 후 그는 미군정 치하 일본의 호구조사를 위해 컨설턴트로서 일본에 왔다. 1950년 ‘일본 과학자 및 기술자연맹(JUSE)’은 그를 초청하여 강연을 부탁했다. 강연에서 그는 ‘폭망’한 일본이 다시 일어서는 방법은 “오직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길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14가지 품질관리 요점을 잘 지키기만 하면, 5년 이내에 Made in Japan 제품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일본 경영자들은 감동했고 그가 말한 통계적 품질관리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 경영자들은 데밍이 품질관리에 끼친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데밍상’을 제정했다. 그 상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품질경영상이다. NEC 회장은 “하루라도 데밍의 말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라며 데밍의 열렬한 ‘신도’가 되었다. 미국의 권위있는 자동차잡지 ‘모터 트랜드’는 데밍의 그 강연을 ‘세상을 바꾼 8대 사건 중 하나’라고 60년 특집호에서 보도했다. 이렇게 품질을 무기로 하여 미국에 수출된 도요다, 혼다, 닛산 등 일제 자동차는 무서운 기세로 미제 자동차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놀란 포드자동차는 1980년 후반 데밍을 불러 품질관리에 대해 특별지도를 받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미국의 Big 3(GM, Ford, Chrysler)를 모두 제치고 도요다는 현재 세계 제1의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했다. 이런 역사에 대해 일본 산업계는 데밍의 품질지도를 성실히 준수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미국인에게서 한 수 배워 미국을 능가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특히 품질전쟁에서 밀려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1989년 레이건 행정부와 의회는 말콤 볼드리지 상무장관의 건의로 일본의 데밍상을 본받은 품질경영상을 제정했다. 그것이 ‘MB상(Malcolm Baldrige National Award)’이다. 이 상 시행 후로 미국의 품질 경쟁력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1975년 한국의 품질경영상보다도 늦었으니 미국의 만시지탄(晩時之歎) 한숨 소리가 지금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까지 품질 경쟁력에서 뒤진 자국산업을 억지로 보호하고자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시행 등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데밍상은 프로세스 혁신 등 품질관리의 과정 및 실행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반면, 미국의 MB상은 품질개선 등 프로세스 관리는 물론이고, 품질관리의 결과를 경영실적과 연계 평가하여 시상 기준으로 삼는다. 이렇듯 MB상이 품질경영의 성과를 좀 더 반영한다는 점에서 데밍상 보다는 약간 진보한 것이다.
CEO가 고민하여 수립하는 전사적 생산전략에는 보통 4가지 우선적 기반요소가 있다. 낮은 원가로서 경쟁력을 가지려는 ‘비용기반전략’, 제품개발 속도를 단축하고 신속한 시장 대응을 주로 하는 ‘시간기반전략’, 제품의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하는 ‘유연성기반전략’, 그리고 ‘품질기반전략’이다. 품질 기반 전사적 전략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TQM(전사적 품질경영: Total Quality Management)과 6 시그마(σ)이다. 이 둘은 작업자, 감독자, 검사자(Inspector) 등에 의한 노력과 통계적 방법에 의한 품질관리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크게 유행한 전략적 품질경영이론이다. ‘모든 품질문제는 관련된 종업원 탓이며 그것의 해결은 오롯이 품질 담당 임직원의 소관’이라는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깨는 것이 TQM과 6 시그마의 출발점이다. 데밍은 “품질은 종업원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CEO 가 만드는 것”이라 했다. 같은 맥락에서 쥬란은 “품질문제의 책임 소재에 대해 80%는 경영관리 영역에 있고 20%는 작업자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품질기반 전사적 전략으로서 TQM과 6시그마의 공통점은 ‘고객 중심’, ‘지속적 개선’ 그리고 CEO 및 공급자를 포함한 ‘전원 참여’라는 3가지이다. 물론 그 전략의 구체적 관리기법이나 실행방법은 약간씩 다르다. 이 두가지가 한참 유행처럼 파급될 때의 연구 논문을 보면 GE, 3M, 모토로라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유행이 끝난 지금에 그 두 전략에 대해서 부정적 평가가 등장했다. 논자에 따라서는 TQM이나 6 시그마도 린(Lean), 카이젠(개선; Kaizen), 5S, PDCA 등과 같은 “프로세스 개선(Business Process Improvement) 기법 중의 하나”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또 그 효과도 항상 긍정적인 것이 아니고, 기업에 따라 오히려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아무리 유행처럼 지나간 전사적 품질전략이지만, TQM 이나 6시그마의 기본원칙과 철학은 지금도 맞고 유효하다. 그 철학은 품질의 최종 지향점은 고객이고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관련된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 지향점이 고객만족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2003년말 새롭게 등장한 것이 NPS이다. NPS는 ‘순고객추천지수(Net Promotor Score)’의 약자로서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나타낸다. “기업/제품/서비스에 대해 친구 또는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도를 숫자로 표현해 주세요”가 NPS를 측정하는 단순한 설문이다. 10점 만점에 0~6점은 비추천 고객이고, 7~8점은 중립고객, 9~10점을 준 응답자가 추천고객(Promotor)이다. NPS는 추천고객의 %에서 비추천 고객의 %를 뺀 것이다. NPS는 TQM이나 6 시그마만큼 정교하지는 않아 그 유효성은 아직 의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글로벌 기업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성장하는 기업의 NPS는 대개 50~80%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고객의 기호와 취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품질의 패러다임도 그에 따라 신속하게 변해야 한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차별적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갈 수도 있다. 그만큼 품질관리는 어려워지겠지만, 데이터 활용,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등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로써 해결해 나가야 한다. NPS가 나타내는 것처럼 품질경영의 최종 목적은 고객의 만족감과 적극적 추천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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