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노동자 파업에 대한 6가지 질문

이종태 기자 2023. 9. 19. 08: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업 나흘째인 9월18일(현지 시각)에도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빅3(GM, 포드, 스텔란티스)’의 협상은 계속되었다. 타결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숀 페인 UAW 의장은 언론에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필요한 일”은 파업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파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미국 자동차 업계의 단체협상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예컨대 GM이라면, 이 회사 노조와 경영진이 협상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빅3’의 노동자 모두를 대표하는 UAW가 사측과 협상해서 ‘노동 계약(임금, 복지, 노동시간, 고용 안정 등)’을 체결한다. 이 협상은 4년 주기로 이뤄진다. 지난 2019년 9월 체결된 계약이 종결되는 날이 바로 지난 9월14일이었다.

그러나 9월14일까지 UAW와 빅3는 대다수의 의제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UAW는 계약 종결의 다음날인 9월15일부터 빅3로 불리는 세 업체의 공장들 가운데 각각 한 곳씩 골라 파업을 감행한 것이다.

파업 첫 날인 9월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파업 노동자들. ⓒAFP PHOTO

GM에서는 미주리주의 중형 트럭 공장, 포드에서는 미시간주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공장, 스텔란티스에서는 오하이오주의 지프 공장이 1차적으로 선택되었다. UAW의 조합원 14만6000여 명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1만4000여 명(정규직 + 임시직)의 노동자들이 이 세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빅3의 다른 공장들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2021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의 합병으로 설립된 업체다. 2019년 노동 계약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은 왜 파업에 들어갔나?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시간당 평균 28달러를 받는다. 주당 평균 41.2시간 노동한다.

미국의 자동차 노동시장 역시 분단되어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서도 고용 시기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 세계금융위기 즈음인 지난 2007년 이전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시간당 평균 33달러를 받는다. 그러나 이후 고용된 노동자들은 17달러의 시급(시간당 임금)으로 시작해서 매년 6%씩 임금을 인상해 나가야 한다. 이른바 ‘계층화된 임금 구조(tiered wage system)’다.

다만 빅3의 수익이 2010년대 중반부터 급증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익 공유’를 받을 수 있었다. 〈포천〉(9월15일)에 따르면, 올해 포드와 스텔란티스의 정규직들은 각각 9716달러와 1만4760달러씩의 ‘수익 공유’를 받았다. 의료 보험 혜택도 후한 편이다.

이에 비해 임시직들의 시급은 16~2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16달러로 시작한 임시직이 20달러에 이르기까지 4년이 걸린다. 이전에 해고될 수 있으며 정규직 전환도 쉽지 않다. 임시직은 수익 공유는 물론 다른 성과급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의료보험 지원도 빈약하다.

숀 페인 UAW 의장 ⓒREUTERS

그러나 정규직이든 임시직이든 미국 자동차 노동자 전체의 소득이 세계금융위기 이전보다 크게 떨어진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워싱턴포스트〉(9월15일)가 인용한 경제정책연구소(EPI) 아담 허쉬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에 따르면, 물가인상을 감안한 자동차 노동자들의 평균 실질 시급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19.3% 하락했다. 위기 직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당시 노동자들은 임금, 고용 안정 등에서 크게 양보했는데, 그것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가인상에 맞춰 임금을 자동적으로 올리던 ‘물가-임금 자동 연동제’도 당시에 중단되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이란 흐름 속에서 자동차 노동자들이 일자리 상실의 공포를 느끼게 된 것도 이번 파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UAW는 임금을 어느 정도 올리고 싶어하나?

UAW는 앞으로 4년 동안 임금을 36% 올리라고 요구했다. 가장 강력한 명분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해온 기간 동안 엄청나게 증가한 회사 수익과 경영진 보수다.

EPI의 아담 허쉬에 따르면, 빅3의 수익은 2013~2022년 사이 92%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CEO 보수는 40% 늘었다. 주주들에게도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으로 약 660억 달러를 지급했다. UAW 노동자들은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포스트〉(9월15일)에 따르면, GM의 CEO인 메리 바라(Mary Barra)는 지난해 2900만 달러를 받았다. 노동계약이 체결된 2019년에 비해 34% 증가한 액수다. 포드의 CEO인 짐 팔리의 보수는 같은 기간 동안 21% 증가해서 지난해 2100만 달러에 달했다. 스텔란티스는 2019년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회사의 CEO인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지난해 약 2500만 달러를 벌었다.

CBS(9월15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자료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리 바라는 일반 직원의 362배, 팔리는 281배, 타바레스는 365배를 지난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인상 이외의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UAW는 우선 ‘정규직 내의 차별’을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일단 2007년 이후 입사한 정규직에게도 이전 입사자와 같은 기준으로 시급을 지급하라는 것, 이른바 ‘계층화된 임금 구조’의 폐지다.

2007년 이후 입사한 정규직들은 기업복지 부문에서도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있다. 특히 기업연금(퇴직금)에서 그렇다. 2007년 이전 입사자들은 ‘확정급여형’으로 기업연금을 받는다. 퇴직 이후 받을 연금의 액수가 재직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으며, 그 지급을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입사자들에겐 이른바 401(k)가 적용된다. 노동자가 본인의 임금 중 6%를 증권계좌에 입금하면 같은 금액을 회사도 적립해준다. 이 돈을 노동자 자신의 책임으로 운용해서 퇴직 이후 사용할 연금을 만들어야 한다. 그 돈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UAW는 모든 정규직의 연금을 확정급여형으로 통일하자는 입장이다.

‘물가-임금 자동 연동제’의 부활도, UAW의 주요 요구안 중 하나다.
임시직에 대해서는, 사측이 노동자를 임시직으로 쓸 수 있는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사측이 노동자를 임시직 형태로 지나치게 많이 고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업 이틀째인 9월16일, 미시간주 웨인에 있는 포드 자동차 조립공장의 적막한 전경. ⓒAFP PHOTO

빅3 측은 UAW에 어떻게 반박하고 있나?

빅3 측은 이후 4년 동안의 임금 인상률을 20%로 제시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내연기관 차량 생산 및 전기차 양산 체제(설계, 조립공장, 배터리 생산 등)로의 전환을 병행하려면 막대한 지출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므로 인건비의 지나친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GM의 CEO인 메리 바라는 CBS(9월15일)와 인터뷰에서 “회사가 새로운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 이 시기에 UAW는 1000억 달러 이상을 추가 지출하라고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임금인상으로 빅3 차량의 소매 가격이 올라 가격 경쟁력에서 유럽 및 아시아 출신 업체에게 뒤질 수 있다는 점도 UAW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근거다. 〈포천〉(9월15일)의 인용 보도에 따르면, 빅3 측은 소속 직원들이 시간당 약 60달러를 받는 반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아시아 출신 업체 소속 노동자들(UAW 조합원이 아닌)의 시급은 40~45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UAW에 승산이 있을까?

UAW는 몇 가지의 카드를 갖고 있다. 일단 파업을 현재의 3개 공장에서 다른 빅3 공장들로 확산시킬 수 있다. 숀 페인 의장은 계약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경우에 더 많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공장에서 파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UAW는 막대한 파업기금을 축적해놓았다. 무려 8억25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파업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의 임금이 끊기는 대신 UAW로부터 매주 500달러의 ‘파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UAW는 소속 노동자들(14만6000명)이 모두 파업해도 11주 동안 지탱할 수 있는 파업기금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UAW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빅3의 노동자들은 UAW 조합원이다. 그러나 테슬라 등 전기차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업체는 물론 미국에서 운영 중인 해외 업체들의 노동자들은 UAW 산하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 미국 자동차 판매에서 빅3의 비중은 40%다. UAW가 이끄는 노동자들의 소속 회사(빅3)에서만 임금이 오르면, ‘탐욕 때문에 자기 회사의 경쟁력을 무너뜨렸다’ 따위의 비난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9월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AFP PHOTO

또한 각종 전문가들에 따르면, 빅3의 재고(약 200만대 추정)를 감안할 때 파업이 오래 지속되면 실제로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고 다른 업체들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 UAW 역시 모든 조합원을 동원한 전면 파업까지 치닫거나 장기 파업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론, 설사 파업을 확대하더라도 빅3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일부 공장을 선별해 협상력을 키우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