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는 이만수-박경완 전설에 도전할 수 있을까… 이승엽은 언젠간 가능하다 믿는다

김태우 기자 2023. 9. 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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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KBO 최고 포수의 명성을 이어 가고 있는 양의지 ⓒ곽혜미 기자
▲ 올해 두산으로 돌아온 양의지는 팀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군림한 뒤 일본프로야구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다. 그리고 2012년 삼성으로 돌아왔을 때, 일본 진출 전에는 없었던 양의지(36‧두산)라는 포수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현역 당시 반대편 더그아웃에 있었던 이 감독은 양의지의 집요한 리드에 혀를 내두른 기억이 많았다고 떠올린다. 이 감독은 1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양의지를 상대한 감상에 대해 “그때도 좋은 포수였다. 타석에 있으면 이 포수가 집요한 게 있다. 약점을 끝까지 본다”면서 “지금도 몸쪽에 약한 타자가 있으면 무모할 정도로 칠 때까지 들어간다. 나도 조금 힘들었다”고 빙긋 웃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양의지라는 포수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다른 포수들은) 웬만하면 계산이 딱 서서 이 공 다음에는 어떤 공이 올지 예상을 하는데 양의지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예상이 좀 안 됐다”면서 “(볼 배합에서) 투수보다는 포수의 성향이 중요하니까 '양의지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그때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양의지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양의지는 이 감독이 은퇴할 시점에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포수가 됐다. 포수의 기본 덕목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인 수비력은 물론, 투수의 장점과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투수 리드에 경기 전체의 판까지 읽을 줄 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형 포수인데 공격도 잘한다.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 생산력도 가지고 있다. 최고의 포수가, 최고의 타자다. 그가 두 번이나 100억 원대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올해 두산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에게 양의지는 그래서 최고의 선물이었다.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NC와 4년 총액 125억 원에 계약하며 정들었던 두산을 떠났던 양의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FA 계약을 해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이승엽’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새롭게 출발하는 두산에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였다. 30대 중‧후반으로 가는 나이지만 기량은 건재하다. 체력은 예전만 못할지 몰라도, 판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더 강해졌다.

수비와 포수로서의 존재감은 말할 것도 없고, 노쇠화 곡선이 오지 않을까 우려했던 공격도 아직은 끄떡없다. 양의지는 18일까지 시즌 107경기에 나가 타율 0.311, 12홈런, 5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6을 기록 중이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53.4에 이른다. 노시환(한화‧159.9), 홍창기(LG‧157.1), 최정(SSG‧154.8)과 더불어 리그 최고를 다툰다. 다시 말하지만 양의지는 포수다. 포수 중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 독보적이다.

▲ 올해도 최고 공격 생산력을 놓고 다투고 있는 양의지 ⓒ곽혜미 기자
▲ 두산 양의지 ⓒ곽혜미 기자

이 감독으로서는 얄미웠던 상대 선수에서, 이제는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야전 사령관이다. 그리고 양의지의 클래스가 아직 살아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이 감독은 “또 5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기 때문에 경험도 더 쌓였다”면서 양의지의 클래스를 하나의 장면으로 갈무리했다. 15일 광주 KIA전에 5회 상황이었다. 팀이 2-5로 뒤진 5회 안타를 치고 나간 양의지는 기습적인 2루 도루를 했다. 여기서 송구가 치우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3루까지 내달렸다. 3루에 수비수가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그때 주루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며 ‘확실히 센스가 있는 선수구나’, ‘머리를 잘 쓰고 똘똘하게 하는 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두각이 덜 나타나는 것일 뿐, 정말 빠른 선수였다면 휘젓고 다녔을 것이다. 물어보니까 (3루까지 들어갈 것을) 미리 생각했다고 하더라.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양의지는 어느덧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성적을 쌓아가고 있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수비력은 차치하더라도 KBO 통산 1692경기에서 타율 0.307, 240홈런, 997타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포수 중 양의지보다 더 뛰어난 공격 생산력을 남긴 선수는 전설의 이만수 정도다. 역대 최고의 수비력과 리드를 갖춘 포수로 평가받는 박경완(2043경기)의 출전 경기 수에도 점차 다가가고 있다. 올해 4+2년 152억 원 계약을 한 양의지는 아직 두산과 보장된 계약 기간만 3년이 더 남았다.

그렇다면 양의지도 역대 최고 포수로 평가받는 이들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기록을 쌓은 채 은퇴할 수 있을까. KBO 역대 최고 선수인 이 감독은 아주 조심스럽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감독은 “훌륭한 선배님들이 계신다”고 평가에 신중하면서도 “양의지도 포수만의 영역이 아닌, 공격과 수비 등 전체적인 야구 선수의 영역으로 봤을 때 견줘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정리했다.

지금 당장은 넘어섰다고 확실히 말하기 어렵고, 미래의 일을 확답하기 어렵다는 이 감독의 신중한 뉘앙스는 읽힌다. 다만 선배 포수들의 경력은 끝난 것에 비해 양의지의 현역은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양의지의 은퇴시 누적 성적은 오히려 앞선 선배보다 더 대단할 가능성도 있다. 역대 최고 선수 밑에서, 역대 최고 포수의 경력도 완성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친정팀으로 돌아온 뒤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양의지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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