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감독, 기쁨을 누르지 마시게. 조금은 웃어도 된다오[김세훈의 스포츠IN]
지난달 22일. 인천 유나이티드는 굵직한 역사를 썼다.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처음으로 진출한 것이었다. 인천은 당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하이퐁FC(베트남)를 연장 접전 끝에 꺾었다.
창단 20년 만에 첫 ACL 본선 진출. 큰 경사였다. 하지만 조성환 감독은 단 한 번도 웃지 않았다. 현장에서 들은 이런저런 그의 발언을 고려해보면 아마도 그는 이런 생각이었을 것 같다.
‘이겼지만 너무 힘들었다. 선취골을 내준 뒤 동점골을 어렵게 넣었고 연장에서 이겼으니까. 스코어는 3-1로 여유있어 보이지만 사실 너무 힘든 경기였다. 상대가 한국보다 한수 아래인 베트남 팀을 상대로 이렇게 어려운 경기를 하다니. 더 강한 팀들과 맞붙는 조별리그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K리그는 또 어쩌나.’
조 감독은 “90분 안에 끝냈어야 했다”며 깊은 한숨을 계속 쉬었다.
사흘 뒤 인천은 수원FC와 K리그를 치렀다. 주전들을 모두 투입하고 하이퐁FC를 가까스로 꺾은 직후였다. 인천이 이기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됐다. 그런데 인천은 경기 종료 직전 오반석의 극적인 골로 이겼고 6위에서 4위가 됐다. 그 후 인천은 포항에 0-2로 패했지만 제주를 2-1로 꺾었다.
현재 인천 순위는 7위다. 11승10무9패 승점 43. 4위 대구가 승점 44다. 조 감독은 “K리그에서 최대한 승점을 많이 쌓은 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은 앞으로 강원, 수원, 울산전을 남기고 있다. 인천이 원하는 순위는 파이널A 진출 마지노선 6위다. 6위 안에만 들어가면, 최소한 리그에서 중위권 순위가 확보되고 강등 걱정까지 사라진다.
인천은 이번 시즌에 대비해 몸값 높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다. 선수단 관련 예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선수 연봉이 89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이적료 등까지 포함한다면 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둔탁한 선수비 후역습 전략 때문에 경기 내용은 들쭉날쭉하지만, K리그 중위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까지 이뤘으니 중간 평가는 나쁘지 않다.
인천은 지난해 일본프로축구(J리그) 우승팀 요코하마(일본)를 비롯해 산둥(중국), 카야(필리핀)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에서 경쟁한다. 홈 앤드 어웨이로 총 6경기를 치러 2위 안에 들어가야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인천으로서는 요코하마는 몰라도 산둥, 카야 정도는 무조건 잡아야하고 특히 홈에서는 전승한다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한다.
조 감독은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다. 이겨도 표정은 그대로다. 물론 스트레스과 걱정 때문이다. 선수들조차 감독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웃음은 기쁨과 성취감, (최소한) 찰나의 만족감을 의미한다. 웃었다고 혼나는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웃는 사람을 향해 열심히 않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없다. 동료, 동지와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은 같은 감정과 강한 소속감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웃음은 나태함의 표현도 아니요, 울음은 약함의 표현도 아니다. 웃음과 울음은 솔직한 감정의 표현일 뿐이다.
인천은 선수들은 (최소한 이기면) 웃지만, 감독 표정은 이겨도 늘 심각하다. 감독이 웃어야 선수도 조금 더 편안하게, 감독 눈치 안 보고 웃을 수 있다. 그래서 감독도 여유를 찾고 선수들도 긴장감을 덜 수 있다.
기자는 조 감독이 2000년 전후 부천 SK에서 풀백으로 뛸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도 그는 거의 웃지 않은 것 같다.
활짝 웃는 조 감독의 얼굴,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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