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백세를 사는 현자의 삶

서은숙 목원대학교 피아노학부 특임교수 2023. 9.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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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03세이신 김형석 교수님의 수식어는 참 많다.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수필가이다.

필자는 김형석 교수님을 특강자로 의뢰한 적이 있다.

교수님과 대전역에서 KTX가 정차하는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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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숙 목원대학교 피아노학부 특임교수

현재 103세이신 김형석 교수님의 수식어는 참 많다.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수필가이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이해가 훨씬 빠를 듯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윤동주 시인과 박정희 대통령보다 3살 아랫니고, 윤동주 시인과는 학교 동급생으로 지냈으니 이 분들과 같은 세대를 사셨던 분이다.

필자는 김형석 교수님을 특강자로 의뢰한 적이 있다. 100세를 넘기신 학자는 도대체 어떠한 삶의 철학과 생활 방식이 있고 어떠한 것이 그분의 삶을 지탱하게 했는지 여간 궁금한 게 아니었다. 첫 대면했던 장면부터 적어 보려고 한다. 교수님과 대전역에서 KTX가 정차하는 시간에 만나기로 하고 기다렸다. 난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오실 줄 알았는데 기차를 타고 오셨다. 지방을 다니실 땐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신다고 한다. 도착할 시간에 정확히 내리셨고 교수님은 언론에 많이 노출된 지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자그마하시고 단정한 모습에 검은 안경을 낀 모습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걸으시며 나오셨다. 흔히 그 나이면 지팡이에 의존하거나 보행에 불편이 있으실텐데 안정되고 건강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셨다. 인사를 드리고 차에서 나눈 대화를 통해 교수님의 생활 패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시고 저녁 10시 경 잠이 드신다고 한다. 아침 식사로는 생야채와 우유, 계란을 조금 드신다고 하셨다. 저녁 식사를 위해 한정식집에 도착하였고 한정식에는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 나온다. 간간히 대화를 하시며 모든 반찬들을 맛을 음미하며 다 맛보셨다. 나는 먹고 싶은 반찬에만 손이 가는데 교수님은 골고루 다 드셨다. 교수님께 "치아는 괜찮으신가요" "틀니를 끼셨나요?" 질문에 모든 치아가 본인 거라고 답변하셨다. 언뜻 보아 고른 치열에 입안에 치아가 촘촘히 자리 잡고 있었다. 치아 관리를 잘하셔서 모든 음식을 골고루 잘 드시니 이 또한 장수 비결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후 학교로 이동하여 특강이 시작되었다. 목소리 또한 또랑또랑하시고 PPT 파일도 사용하시지 않고 메모장도 없이 당신의 머릿속에 저장된 강의 내용을 전달하셨다. 물론 수많은 특강들을 통해 모두 다 암기하고 계시겠지만 그 연세의 기억력과 명석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00년을 살아오시면서 느낀 강의 내용은 첫째,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라는 것이다. 가진 것에 감사하면 삶이 풍족하고 행복해진다. 둘째, 나눔을 실천해라. 나눔을 통하여 공동체의 일원의 소중함을 가진다. 공동체 의식에 대해 강조하셨다. 셋째, 현재에 충실하자.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오지 않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넷째, 사랑하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다고 하셨다. 다섯째,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고 하셨다. 교수님도 그 나이에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하며 늘 끊임없이 배운다고 하셨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 나이까지 교수님처럼 홀로 본인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시고 사회 활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진정한 자기관리의 달인이시고 사회 일원으로 건강하고 모범적으로 살아가시는 현자의 모습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도 더욱 오래도록 국민들 곁에서 계셔주시길 축복의 마음을 보내 드린다. 서은숙 목원대학교 피아노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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