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예산 2700억 증발…윤 정부 ‘통계 전망치 조정’ 마법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2024년치 구직(실업)급여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2695억원 깎은 10조9144억원을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지급일 수 감축 전망을 통해 정부는 최저임금 등 실업급여와 연동되는 노동자 임금 상승에 따라 수급자 1인당 하루 지급 액수를 올해 5만9784원에서 내년 6만1022원으로 올려 잡고도, 전체 실업급여 예산은 줄일 수 있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4년치 구직(실업)급여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2695억원 깎은 10조9144억원을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늘고 지급 기준이 되는 임금도 전반적으로 상승하는데, 어떻게 실업급여 예산만 줄일 수 있었을까?
고용노동부 설명을 18일 들어보면, 예산 삭감 배경에는 내년도 실업급여를 둘러싼 통계 전망치의 조정이 있다. 첫째, 실업급여 수급자 한명이 급여를 받는 기간을 올해 예산 기준 117일에서 내년 114.5일로 2.5일 줄였다. 둘째, 실업급여 대상자 수는 올해 예산과 동일하게 156만명으로 추정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실업자에게 최대 270일 동안(50살 이상, 10년 이상 근속 경우) 취업 기간 평균 하루 임금의 60%를 지급한다. 조건을 충족하는 실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실업급여 예산은 이듬해 실업자 규모와 1인당 지급액수 등을 전망해 예산을 편성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예상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2.5일 줄인 이유에 대해 “수급자의 재취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수급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갈수록 이른 시일 안에 재취업에 성공해 지급 일수를 줄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에 바탕을 둬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지급일 수 감축 전망을 통해 정부는 최저임금 등 실업급여와 연동되는 노동자 임금 상승에 따라 수급자 1인당 하루 지급 액수를 올해 5만9784원에서 내년 6만1022원으로 올려 잡고도, 전체 실업급여 예산은 줄일 수 있었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충분한 구직 기간을 통한 양질의 취업보다 빠른 재취업을 요구하는 최근 정부 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실업급여 예산 삭감의 배경으로 “대면 실업 인정 확대와 재취업 활동 의무 횟수 증가 등 재취업 촉진”을 들었다. 실업 인정의 문턱을 높이고 재취업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업급여 재원을 아낄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실업급여 수급자 수를 올해와 동일하게 전망한 것도 실업급여 신청 추이를 보면 의아한 대목이다. 월별로 등락을 거듭하지만 경제 성장에 따라 취업자 수가 늘고 사각지대 해소 정책까지 더해지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자는 계속 증가세다.
지난달 고용보험 피보험자(가입자) 수는 1522만4천명으로 한해 전(1486만3천명)보다 36만1천명 늘었다. 특히 2021년부터 플랫폼 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8만7천명)는 한해 전보다 7.2%나 늘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예산 부족 우려에 대해 “실업급여는 법적 의무지출 항목이어서 예산이 부족할 경우 국회 심의 없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고용보험기금에서 바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업급여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도, 긴축적인 예산 편성 자체가 구직자와 노동 현장에 고용 안전망의 벽이 높아졌다는 신호를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에 “실업급여 수급일 수가 4개월도 되지 않는 상황은 실업자가 급하게 안 좋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용보험을 설계해야 하는데, 예산 축소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시행령 쿠데타’ 비판에 삭제 ‘한동훈 꼼수’…내부지침 몰래 부활
- [단독] ‘윤석열 보도’ 수사 뒤엔 상위법 초월한 대검 예규 있었다
- 영장 찍어내는 기계된 법원…검찰 수사 사법적 통제가 사라졌다
- [단독] 조선·국힘 ‘강제동원 공익소송 때리기’…경찰은 인정 안 했다
- 공매도 봉쇄로 ‘개미 표심 잡기’…외국인 이탈 등 후폭풍 우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달…신뢰 잃은 미·중, 진퇴양난 사우디·이란
- ‘빵 사무관’에 ‘스벅 찾는 국장’…MB식 통제로 물가 잡는다?
- 김포 편입 서울은 ‘접경 도시’…수도 사수 작전계획 혼선 불가피
- 경찰이 엄마 대신 모유 수유…이틀 굶은 4개월 아기 울음 그쳐
- ‘김포 서울 편입’ 여당서 첫 반대…서병수 “경쟁력 갉아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