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산물 안전 자신… ‘정치’와 분리해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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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어민들 생명이 달린 문제”

13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전복 세트 등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를 앞에 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가을이 수산물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계절인데 다행히 최근 다시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먹어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3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전복 세트 등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를 앞에 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가을이 수산물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계절인데 다행히 최근 다시 수산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먹어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젠 정치권이 수산물 안전을 정치적 논란에서 분리해야 합니다. 수산물 안전과 ‘오염 처리수’ 방류 찬반은 별개 문제입니다. 1만5000원 하던 소금이 7만 원 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민들 생명이 달려 있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노동진 수협중앙회장(69)은 목소리가 걸걸했다. 올해 3월 취임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만나 하도 말을 많이 해 목소리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로 어민들을 만나고 현장 목소리 청취, 수산물 안전 홍보 등을 하느라 일주일에 나흘 이상은 전국 현장을 돌아다닌다는 그는 “한국처럼 방사능 검사를 많이 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어민들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데 100% 자신이 있다”고 인터뷰 내내 목소리를 높였다.

노 회장은 “전국 220여 곳의 위·공판장에서 매일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고, 유통 단계에서도 빠짐 없이 검사를 하고 있다”며 “미세먼지처럼 실시간으로 보여 줄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8월부터 노량진, 가락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쓸 수 있게 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노량진시장을 찾는 등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나서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면서도 “추석 이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수협중앙회는 18일 현재까지 SK그룹, 포스코 등 8개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5억5400만 t 규모 단체 급식용 수산물을 납품하기로 하는 등 수산물 소비 촉진에 힘쓰고 있다. 또 45개 기관에서 13억1100만 원어치 추석 선물세트 주문도 받았다. 23, 24일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추석맞이 ‘수산대축제’를 열고 최대 50%까지 수산물을 할인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수산물 소비 감소에 대비해 산지 수매 확대(1000억 원), 조합 자금 지원(1000억 원), 소비 진작(100억 원) 등 2100억 원 규모 예산까지 편성해둔 상태다.

노 회장은 “처리수 문제가 아니더라도 기후변화로 어획량이 줄고 고령화로 외국인 인력이 80%가 넘는 등 어촌의 어려움이 크다”며 “농가는 땅이라도 남는데, 어가는 나이가 들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유통 혁신’을 통해 어업인 소득이 안정적으로 창출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피조개 양식 어민 출신으로 경남 진해수협 조합장을 두 차례 지낸 그는 “수산물 가공 공장을 운영하며 밀키트로 소포장 수산물을 팔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었다”고 했다. 노 회장은 “가락시장, 노량진시장, 강서공판장을 연계해 소포장 회를 구매할 수 있는 무인 활어센터를 편의점처럼 서울 곳곳에 만드는 사업을 내년 중 추진하려 한다”며 “수협이 직영하는 ‘로컬매장’도 올해 22곳을 추가로 열어 도심 어느 곳에서든 10∼30분 내에 신선한 수산물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각 지역의 위·공판장이 대부분 경치 좋은 바닷가에 있는데, 여기에 카페나 포장마차를 열어 젊은 사람들이 어촌을 찾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노 회장은 10월 중으로 지방 수협 조합이 서울 소재 수협은행에 복합점포 9곳의 문을 열고 대출 상담을 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는 “지방의 열악한 조합이 수도권에서 여신 상담을 하며 발생하는 수익을 지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 일종의 상생 사업”이라며 “어촌 어르신들이 그래도 노후에 조금이라도 여윳돈을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수협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근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노량진 수산시장 잔여부지 개발에 대해서는 “공항 이용도 편리하고, 철도 요충지인 만큼 국제수산지구로 개발해 수산물 수출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내년 중 구체적인 개발 계획 수립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관련해서는 “수협은행의 수익은 안정적이지만 일부 일선 수협 중에 실적이 줄어든 곳이 있다”며 “내실과 안정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 종사자가 전국에 100만 명인데, 이분들의 가족까지 생각하면 300만, 400만 명이 수산물 소비에 관련돼 있는 겁니다. 우리 수산물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입증된 만큼 수산물을 정치 영역에서 다루는 일을 멈추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수산물#안전#정치와 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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