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 지자체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붐
영월 등 5개 시·군서도 설립 추진…이용료 무료 등 혜택도
이미 시설 운영 중인 삼척·양구 등 지자체선 출생아 늘어
“산부인과 분만실 운영과 연계한 출산·산후조리 원스톱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농·산촌 지역인 강원 영월군이 지난해 4월 강원도의 ‘공공산후조리원 설치 지원사업’ 공모 당시 제출한 사업 신청 요약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영월군은 지원대상으로 최종 선정돼 6억원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영월군은 2024년 말까지 75억원을 들여 영월읍 덕포리 군유지에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해 2025년 1월부터 영월의료원에 위탁 운영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영월 공공산후조리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산모실 10개와 영유아실·운동실·피부관리실·프로그램실·조리실, 롤링베드 등 14종 장비를 갖추게 된다.
인구가 3만7561명(올해 8월 말 기준)에 불과한 소규모 자치단체인 영월군이 공공산후조리원 조성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원정 출산에 따른 임신부의 경제적 부담과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영월군은 ‘분만 취약지’로 분류되자 2021년 4월 국비 등 63억원을 들여 영월의료원 산부인과 분만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지난 2년5개월 동안 태어난 아기는 3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출생신고된 아기는 250여명이다. 영월지역 임신부 98.8%가 다른 지역에서 ‘원정 출산’을 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분만실과 연계된 산후조리원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월군 안팎의 공통된 이야기다. 산모들은 출산 후 전문가 도움을 받아 몸조리하며 신생아를 돌볼 수 있는 산후조리원을 필수 시설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엄태흔 영월보건소 공공의료사업TF(태스크포스) 팀장은 “출산 전 영월의료원에서 진찰받던 임신부 대부분이 산후조리원이 있는 원주 등 도시에서 출산했다”며 “임신부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출생률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척시를 보면 산부인과 분만실과 공공산후조리원 함께 있어 시너지 효과가 컸다.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산모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산후조리원을 갖춘 삼척의료원 산부인과의 경우 연간 100명 이상의 분만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척지역 출생아의 40% 이상인 120여명이 삼척의료원에서 태어났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자치단체들은 앞다퉈 공공산후조리원 구축에 나서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삼척을 비롯해 화천·양구·철원 등 4개 시·군이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속초·태백·영월·홍천·양양 등 5개 시·군도 조성을 추진 중이다.
공공산후조리원(2주 기준) 평균 이용요금은 170만~180만원인데, 자치단체 대부분이 1년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는 요금 100%를 면제해주고 있다. 양구군은 지난 3년간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 450여명에게 요금 총 6억3000만원을 감면해줬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공공산후조리원 운영뿐 아니라 출산장려금과 출생아 건강보험, 산모의 산후 건강관리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지난해 1.43명 합계출산율로 전국 5위, 강원도 1위를 차지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 대비 3.7% 감소했다. 1970년 이후 53년 만의 최저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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