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래강’ 내성천, 4계절 ‘녹조 지옥’됐다
여름철마다 유해 남조류 급증
겨울철도 이례적 ‘관심’ 단계
국가명승 화룡포의 절경 실종
멸종위기 어류들도 자취 감춰
정부, 오염에도 8월 준공 승인
환경단체 “담수 중단, 방류를”
‘마지막 모래강’으로 불리며 맑은 물을 자랑했던 낙동강 지류 내성천이 영주댐 담수 이후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경보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남조류 세포가 여름은 물론 겨울철까지도 발견됐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제출받은 내성천 수질 자료를 보면 경북 영주 평은면에 있는 영주댐이 본격적으로 담수를 시작한 2019년부터 올해까지 내성천에서는 극심한 녹조와 유해 남조류 창궐 현상이 여름철마다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녹조 원인이 되는 남조류 개체 수는 조류경보제의 경계 단계 기준인 1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영주댐 건설로 물길을 막고, 담수를 실시한 이후 수질오염 현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조류경보는 3단계로 발령된다. 유해 남조류 개체 수가 2회 연속 ㎖당 1000개를 넘어서면 ‘관심’, 1만개 이상이면 ‘경계’, 100만개를 초과하면 ‘대발생’이다. 영주댐 인근 지점의 남조류 개체 수를 보면 영주댐 유사조절지에서는 2019년 7월8일 18만개, 같은 달 15일 25만개까지 치솟았고, 같은 해 영주댐 앞 지점은 8월5일 16만개까지 증가했다. 2020~2022년 여름에도 남조류 개체 수는 최대 21만개까지 늘었다.
올해는 영주댐 앞 지점의 남조류 세포 수가 지난달 14일 19만8400개까지 올라갔다. 일반적으로 녹조가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도 영주댐 인근 수질측정 지점에서는 조류경보 관심 단계에 해당하는 남조류 개체 수가 관찰된 사실도 드러났다.
남조류 개체 수가 수십만개에 달하고, 겨울철까지도 조류경보 관심 기준을 넘어서는 것은 ‘녹조라테’로 유명한 낙동강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1조원 이상을 들여 건설한 영주댐이 낙동강 수질 개선은커녕 내성천 수질까지 악화시켰음이 드러난 셈이다.
내성천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해 영주·안동을 거쳐 예천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하천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22일 영주댐 준공 승인을 내줬다. 문화재 복원, 녹조 문제, 예산 낭비 등 논란에도 준공 승인이 나자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달 4~5일 찾은 내성천은 영주댐을 기준으로 상·하류가 각각 진한 녹색과 황토색으로 달랐다. 댐 상류는 녹조가 창궐했고, 하류는 집중호우 이후 방류로 흙탕물이 됐다. 심각한 수질오염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수자원공사와 지방환경청은 인근 주민들에게 이를 알리거나 경고하지 않았다.
현재 내성천은 흙탕물이 방류되고 난 뒤 상류의 녹조가 하류까지 점령했다. 모래강의 원형을 간직한 마지막 하천, 국가명승 회룡포를 품은 맑은 강은 지금 찾아볼 수 없다. 내성천 백사장은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 먹황새 등이 찾아오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이들을 보기 어렵다.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내성천 생태계를 되찾으려면 영주댐 방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5일 기자와 함께 현장을 돌아본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홍수로 모래톱 일부가 회복되고, 식생이 모래에 파묻힌 상태지만 앞으로 다시 육역화(식생이 확장해 육지처럼 변하는 현상)가 진행될 수 있다”며 “모래톱의 식생을 걷어내고, 물을 방류함으로써 내성천이 고유 생태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수자원공사는 녹조 대책으로 녹조 제거 설비를 운영 중이라지만 이는 근본 대책이 안 된다”며 “담수를 중단하고 물을 방류해 내성천 건강성을 회복시키고, 주민 건강을 지키는 조치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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