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재편]"훨씬 효율적" "쥐어짜기"…내부 평가 엇갈려
(서울=뉴스1) 이기범 송상현 임윤지 기자 = 경찰이 내근 인력을 치안 현장으로 배치하는 조직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관리 업무 위주 부서를 통폐합해 2900여명을 현장 인력으로 재배치해 예방 중심의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경찰 내부에서는 최근 연이은 흉기난동 사건 이후 순찰 인력 부족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와 함께 인력 쥐어짜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경찰관서 관리기능 인력 감축, 치안현장으로 재배치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재편안을 발표했다. 당초 지구대와 파출소로 인력을 재배치할 거라는 전망과 달리 시도청 산하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형식으로 순찰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새로 확보된 인력 중 2600명은 시도청 산하 기동순찰대로 이동해 다중밀집 장소나 공원·둘레길 등의 예방 순찰을 맡고, 추가로 강력팀 소속 1300명이 유흥업소 주변 등에서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이는 형사기동대로 전환 배치된다.
◇엇갈린 경찰 내부 반응…"예방하다가 신고 골든타임 놓칠 수도"
경찰 내부 평가는 갈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구대·파출소로 한두명 보내는 것보단 기동순찰대나 형사기동대로 보내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본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형사가 직접 유흥업소 등 우범지역을 다니면 사전에 제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걸 살펴봐야겠지만 고육지책으로 보인다"며 "2600명 정도인데 이들이 어떤 근무 형태로 어떻게 움직일지 봐야 효과를 얘기할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형사기동대는 검거·수사만 하는게 아니라, 유흥가 주변이라든지 범죄 예상되는 지역에 다수 인력을 집중 투입한다"며 "위화 효과와 예방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선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대부분 (이번 조직재편안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일선 경찰서 내근 인력이 수차례 걸쳐 많이 줄어든 상태인데 경찰 채용을 더 늘리는 게 아닌 쥐어짜서 하는 방식이어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사각지대를 구석구석 순찰하려면 결국 도보로 해야 하는데 신고가 들어왔을 때 대응이 늦어지고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순찰을 강화하는 예방 중심의 조직 재편이 오히려 풍선 효과처럼 신고 대응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신고 대응 문제가 드러날 경우 또 조직 개편을 할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민들도 "불안감 해소 도움" vs "오히려 무슨 일 있나 걱정"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지구대 관계자는 "기동 순찰대가 생기면 패싸움 같은 사건이 생겼을 때 업무가 수월해지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국 단위로 2600명을 배치하면 많은 인원이 아니다. 10년 전쯤에도 실효성이 없다고 없어졌는데 차라리 그 인원을 지구대나 파출소로 직접 보내달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갈렸다.
의경 출신인 문모씨(25·남)는 "요즘 지구대나 파출소같이 지역 경찰 인력 부족한 거 때문에 현장에서 말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요즘 시국에 맞춰 지역 경찰을 충원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라며 "충원된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이휘경씨(24·여)는 "실제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가 심화됐을 때 서울 일대를 돌아다니는 경찰들을 보고 잠시 안심이 되기도 했다"면서도 "순찰 인력 배치가 범죄에 대한 사후 대책이 될 뿐 실질적인 예방책이 될 거란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씨(37)는 "보이는 경찰이 많아진다고 안심이 된다기보다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되는 부분도 생길 거고, 사회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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