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 반도체융합공학부 교수 | 가장 소중한 미래 자산으로서 국가 R&D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 반도체융합공학부 교수 2023. 9. 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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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과학기술 지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랭킹에서 13위를 기록했다.

그간 한국이 국가 간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인 R&D의 불씨가 지금 꺼져가게 돼서는 곤란하다.

국가 R&D는 후퇴 없이 전진해야 하며 이는 결국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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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과학기술 지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랭킹에서 1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0위로 상승해 일본을 앞질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1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중국의 연구력은 물리학, 화학, 소재 과학 등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 반도체융합공학부 교수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 박사, 전 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

한국과 중국의 연구 성과 배경에는 20년이 넘는 기초 및 응용과학 분야에 대한 국가 주도의 투자가 있었다. 한국은 ‘브레인 코리아’ 같은 정부 사업을 통해 연구 역량을 강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논문의 질과 양, 국제적 영향력이 함께 성장했다. 덕분에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이차전지 같은 첨단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투자는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제 환경 변화와 국가 재정 부담 등으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고민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최근 R&D 투자 감축을 결정했다. 과도한 예산 증가와 적절치 않은 예산 사용에 따른 조정이 그 근거였다. 지난 정권에선 2020년 18%, 2021년 13.2%의 높은 R&D 투자 증가율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 감염병 대응 및 기업 R&D 지원 같은 특정 사업 분야에서 R&D 예산 감축을 결정했다.

그러나 예산 감축이 결정된 분야는 일몰형으로 분류되기 어렵다. 우선 반도체 소부장은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차세대 반도체 소재, 공정, 양산 등에 필요한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선행 R&D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꾸준한 정부 지원이 필수다. 또 기업 R&D 지원은 국내 산업의 다양화와 고용 인력 창출, 산업 공급망 강화 그리고 국내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핵심 지식재산권(IP)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감염병 분야 투자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닥칠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대비를 위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정부는 2022년에 선정 및 발표된 전략 과학기술에 집중적인 R&D 투자 증가를 내세우고 있으나 기초과학 투자가 소홀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기 개발이나 모더나의 mRNA(전령 RNA) 백신 개발은 기초과학 연구와 상업화 기술 사이에 약 30년의 간격이 존재한다. 바꿔 이야기하면 이 기간에 집중적인 기초과학 연구가 누적돼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의 중흥을 위해 학생, 박사후연구원 등 주니어급 연구자가 전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이 필요하며, 보다 긴 호흡으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 기초과학 분야에서 이른바 풀뿌리 과제는 연구자에게 있어 일종의 최저임금 같은 의미가 있다.

정부는 세금 사용의 공공성을 지켜야 하며, 필요에 따라 R&D 예산을 구조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성장 기조와 엔진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 현시점은 특히나 한국에 엄혹한 시기가 될 수 있다. 각국은 자국의 기술과 엔지니어를 보호하며 우수한 학자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린다. 과거의 협력 정책들은 이제 자국 우선의 보호주의로 바뀌고 있으며 각국의 산업 정책은 속속 현업으로 복귀하고 있다. 그간 한국이 국가 간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인 R&D의 불씨가 지금 꺼져가게 돼서는 곤란하다. 전략 과학기술일수록 정부 주도의 R&D 지원이 무조건 선행돼야 하고, 전문 고급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배출돼 생태계가 계속 돌아가게 해야 한다. 국가 R&D는 후퇴 없이 전진해야 하며 이는 결국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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