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의 여행이라는 꽃다발 <29> 군산과 서천] 1박 2일, 기차 타고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

2023. 9.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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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양옆으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경암동 철길마을. 사진 최갑수

서해와 맞닿은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은 다양한 볼거리와 풍성한 먹거리로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행지다. 레트로풍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군산에는 철로 변으로 들어선 마을로 유명한 경암동 철길마을을 비롯해 적산가옥 등 근대 문화유산 등이 많이 남아 있다. 서천은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 드넓은 서해를 만날 수 있는 곳. 세계 5대 기후를 재현한 국립 서천생태관은 요즘 한창 떠오르는 여행지다. 문헌전통호텔은 한옥에서의 그윽한 하룻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열차를 타고 떠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군산과 서천을 다녀왔다.

최갑수시인, 여행작가,‘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밤의 공항에서’ 저자

‘그때 그 시절’로 떠나는 추억 여행

첫 번째 코스는 경암동 철길마을.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2.5㎞ 철로 주변에 들어선 마을을 부르는 이름이다. 1944년 일제 강점기 때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되었다가 2008년에 폐역이 되었다. 철길 양옆으로 판잣집이 늘어서 있다. 지금은 군산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됐다. 철길을 따라 옛날 문방구와 구멍가게에서 팔던 장난감과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늘어 서 있다. 옛날 교복을 입고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타임머신 타고 1930년대로

군산 근대 역사·문화 여행은 근대문화유산거리가 조성되어 있는 해망로 일대에서 시작한다. 2011년 개관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의 근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곳.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체험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1930년대 군산에 실제로 있었던 건물을 복원해 전시한 근대 생활관이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근대역사박물관 주변에도 볼거리가 많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근대건축관’으로 바뀌었고 일본인 무역 회사였던 ‘미즈상사’는 ‘미즈커피’로 바뀌었다.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은 ‘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구 군산세관은 적벽돌로 지은 건물인데, 동판으로 얹은 지붕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서울에 있는 서울역사건물,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영화에 나오는 바로 그곳

히로쓰 가옥은 군산에서 큰 포목점을 하며 돈을 벌었던 히로쓰가 지은 목조 건물이다. 다다미방과 편복도, 일본 붙박이장인 오시 이레와 손님을 맞는 도코노마 등 대규모 일식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야쿠자 두목 하야시의 집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 ‘타짜’에서 극 중 백윤식이 조승우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집이 바로 이곳이다.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도 대부분을 군산에서 촬영했다. 월명공원으로 가는 언덕 길목에 영화를 촬영한 초원사진관이 영화에 나왔던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더 행복하게 하는 맛있는 음식들

군산 이성당은 군산을 찾은 여행객이라면 꼭 들르는 곳. 일본 시마네현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 히로세 야스타로가 1910년 초반 군산에 이즈모야(出雲屋)라는 제과점을 열었고, 그로부터 113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문을 열고 빵을 팔고 있다. 최근에 새롭게 건축한 신관도 문을 열었다. 시그니처 메뉴인 단팥빵과 야채빵을 비롯해 다양한 빵을 팔고 있다. 한일옥은 40년 동안 쇠고기뭇국 하나로 전국구 맛집으로 등극한 곳이다. 한우 안심과 양지 등 쇠고기 부위를 물에 넣고 1시간 이상 푹 끓여 내어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

목은 이색을 배향한 문헌서원. 사진 최갑수

한옥에서의 편안한 하룻밤

충남 서천의 문헌서원에 전통 호텔이 있다. 나무와 황토 등으로 지어져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운양정(구름 위를 거니는 방), 신선정(신선이 놀다가는 방) 등 객실 이름부터 멋스럽다.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툇마루와 햇볕을 가득 받고 있는 장독대 등에서 옛 가옥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욕실 등은 현대식으로 잘 갖춰져 있다.

아침에는 문헌서원을 산책해 보자. 문헌서원은 고려 말의 대학자인 가정 이곡(稼亭 李穀)과 목은 이색(牧隱 李穡)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서원이다. 산책 후 아침 식사는 호텔 식당에서 문헌전통밥상을 받는다. 생선구이를 비롯해 각종 반찬이 맛깔스럽게 차려진다. 식사 후 다례 체험도 감동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다례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쉽게 배우며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울창한 송림 지나 만나는 드넓은 서해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수령 50년 이상의 해송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곳. 해송이 하늘을 가려 바늘 같은 여름 햇살이 침범하지 못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가슴속에는 싱그러운 숲 내음이 가득 찬다. 해솔밭 산책길 끝에는 기벌포 장항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있다. 15m 높이의 철제 계단을 오르면 허공을 따라 스카이워크가 250m 이어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울창한 송림 위를 걸을 수 있다.

전 세계의 동식물을 한자리에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대 생태계를 옮겨놓은 ‘작은 지구’라고 부를 수 있는 곳. 전 세계에서 자라는 식물 1900여 종과 동물 230여 종을 만날 수 있다. 나일악어와 세계 최대 담수어로 아마존 등에 있다는 피라루쿠, 미국 애리조나 등 북중미 남서부의 척박한 건조지역에서 15m까지 자라는 사와로 선인장, 바오바브나무 등이 신비로움을 안겨 준다.

동백정에서 맞은 서천의 일몰. 사진 최갑수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마량리는 서해에서는 드물게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마을로 유명하다. 마량포구가 서해로 활처럼 뻗은 작은 반도이다 보니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과 일몰을 보기 좋은 곳은 동백정. 바다를 내려다보면 너른 바다가 발아래 탁 트여 있다. 그리고 오력도라는 섬이 두둥실 떠 있다. 옛날 어느 장수가 바다를 건너다 빠뜨린 신발 한 짝이 섬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오력도를 배경으로 지는 해가 일품이라 동백정 주위에는 카메라를 든 사진가들이 끊이질 않는다. 동백정을 중심으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20여 분이면 충분하다.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 가격도 저렴

마지막 코스는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서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하다. 우럭 등 회와 매운탕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군산·서천 여행의 마지막인 데다 가격도 저렴해 이곳에서 수산물 쇼핑을 하는 여행객도 많다. 말린 박대가 인기. 서천산을 최상품으로 치는데, 두꺼운 껍질을 벗긴 뒤 햇볕에 말려 먹는 박대는 ‘시집간 딸이 박대 맛을 못 잊어 고향 서천에 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여행수첩

먹거리 군산의 대표적인 별미는 꽃게다. 특히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의 꽃게장은 다른 반찬이 없어도 절로 밥 한 그릇을 뚝딱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군산 시내 궁전꽃게장의 꽃게장정식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함께 나와 좋다.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먹기 좋게 잘려 나오는 간장게장은 한 입 베어 물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진다. 광어숙성회 등 함께 나오는 반찬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판교의 삼성식당과 수정식당 냉면이 별미.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다.

기차와 전용 버스 이용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열차를 이용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전 일정 전용 버스로 이동하고, 숙박 또한 여느 여행 상품과 달리 한국관광공사품질인증 숙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퀄리티를 보장한다. 여행 일정에 대한 고민과 숙박 예약의 번거로움 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천·판교는 최근 들어 젊은이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곳이다. 마을 전체가 1970년대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낡은 집들이 위태롭게 서 있다. 중국집이며 구멍가게, 사진관 등 옛 모습 그대로 남은 건물들이 젊은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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