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머스크는 천재인가, 몽상가인가, 영웅인가, 사기꾼인가

박용선 기자 2023. 9. 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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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1세기북스

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안진환 옮김│21세기북스│3만8000원│760쪽│9월 13일 발행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가 9월 13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자신을 향한 세간의 온갖 논쟁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던 일론 머스크도 한 번쯤은 자신의 진심을 보이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머스크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객관적으로 써줄 사람으로 아이작슨을 택했다.

세계 1위 부자, 미래 산업의 선두 주자, 괴짜, 몽상가, 사기꾼, 천재, 영웅, 혁신가, 허풍쟁이, 냉혈한, 관종 등. 일론 머스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극과 극의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머스크를 향한 대중과 언론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누군가는 그를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로 표현하는 반면, 누군가는 그를 충동적인 트윗과 말실수로 하룻밤에도 수조원의 자산 가치를 날려버리는 문제적 기업가라며 비판한다. 전기차, 우주여행 등 도전하는 사업마다 놀라운 혁신으로 업계의 판도를 뒤집는 기업가이지만, 그 이면에는 공감 능력 제로의 독재자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도 존재한다.

이 공식 전기의 집필을 위해 머스크를 2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며 다양한 측면으로 분석한 아이작슨은 대중이 머스크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피상적인 면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악마 모드와 열정을 빼놓고 머스크를 논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가 그렇게 된 데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정서적으로 큰 상처를 받아 감정을 차단하게 된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남을 정도. 자신을 매번 바보 천치, 멍청이라고 부르며 변덕스럽게 대하는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머스크가 선택한 것은 감정을 차단하는 것. 게다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앓고 있기에 그의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작슨은 선천적인 공감 능력의 부족과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감정 차단 밸브가 머스크를 냉담하고 무감각한 경영자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머스크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가가 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한다. 머스크 또한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아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라며 어린 시절의 고통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책에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괴짜 소년의 면모도 담겨 있다. 하루에 9~10시간씩 서재에 틀어박혀 공상과학 소설과 과학책을 읽어대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던 모습, 비디오 게임에 매료돼 직접 프로그램을 배워 ‘블래스타’라는 게임을 만들어 잡지사에 500달러에 팔았던 초등 시절과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한 대학 시절 이야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어도 포기하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른 건 일단 시도해 보면서 무수히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아이작슨은 “과연 머스크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라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책은 세 번의 로켓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고 파산 직전에 몰렸던 순간의 이야기, 미루고 미루던 신혼여행을 간 사이 사내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당한 사건 등도 다뤘다.

페이팔(간편 결제)을 시작으로 테슬라(전기차), 스페이스X(우주), 솔라시티(태양광 에너지), 뉴럴링크(뇌 임플란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그리고 최근 인수한 트위터(현 X)까지. 책 ‘일론 머스크’를 통해 현재 그가 그리는 ‘머스크 유니버스(Musk Universe)’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강대국 경쟁 시대를 통찰하다
헨리 키신저의 외교
헨리 키신저│김성훈 옮김│김앤김북스│3만9000만원│928쪽│8월 25일 발행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저자가 30년전쟁 이후의 베스트팔렌 체제부터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베르사유 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 체제 그리고 탈냉전 질서에 이르기까지 국제 체제의 주요 변화를 만들어 낸 강대국들의 외교정책을 분석했다. 지난 1세기 동안 국제 체제를 주도해온 미국 외교의 기원과 본질도 담았다. 미국에서 1994년 출간됐고, 이번에 국내 번역됐다.

디지털 혁신이 어떻게 돈과 금융을 바꾸고 있는가
화폐의 미래
에스와르 S. 프라사드│이영래 옮김│김영사│2만9800원│700쪽│9월 8일 발행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 경쟁에 뛰어들고,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현시대, 화폐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그리고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로 도약하는 신흥 경제국부터 비트코인의 경제학, 달러와 디지털 위안화의 기축통화 경쟁까지 핀테크 혁신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미래 금융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며 대비하는지 파헤쳤다.

23색 아이템으로 만나는 일상의 자본주의
자본주의 인문학 산책
조홍식│한국경제신문│1만9800원│408쪽│8월 30일 발행


인류가 현재 누리고 있는 21세기 ‘물질적 풍요’를 만들어 내는 제도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울 정도의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한다. 우리 일상의 의식주를 시작으로 유통, 화폐, 금융, 건강, 스포츠, 예술, 관광, 교육, 전쟁, 정치까지. 인류 역사상 중요한 23가지 테마별로 자본주의 세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분석했다.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위험한 일본책
박훈│어크로스│1만8000원│284쪽│8월 24일 발행


일본 근대사 권위자인 저자가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걷어내고 일본과 한일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저자는 일본을 주제로 한 갑론을박은 늘 반일이냐 친일이냐, 편 가르기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얽히고설킨 한일 간 역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고, 일본을 협력과 경쟁의 파트너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홍은주 옮김│문학동네│1만9500원│768쪽│9월 6일 발행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30대 남자 주인공이 10대 시절 글쓰기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그녀가 말한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저자가 그간 천착해온 상실과 재생의 주제를 다루며 평행 세계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하루키적 상상력을 만나볼 수 있다.

성공과 행복을 위한 역발상
두뇌 재구성하기(Reframe Your Brain)
스콧 애덤스│Scott Adams, Inc│21.38달러│245쪽│8월 16일 발행


비즈니스는 물론 사회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공과 행복을 위한 역발상 사고법을 담았다. 모두가 ‘우주가 당신에게 불리하게 행동한다’고 말할 때, ‘우주가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고 조만간 그 빚을 갚을 것’이라는 식이다. 저자는 직장인 풍자만화의 전설 ‘딜버트’의 작가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공개 예측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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