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정체 뚫어라"···적과의 동침 택했다
통신-OTT 1위, 시너지로 위기 대응
KT처럼 넷플릭스 제휴 요금제 추진
정체된 모바일 가입자 점유율 확대
구독플랫폼으로 IPTV 체질개선
망사용료 갈등 재부상 가능성은 남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3년 넘게 이어온 망사용료 분쟁을 극적으로 끝낸 배경에는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 지형에서 ‘리딩 컴퍼니’ 간의 협력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IP)TV 성장 둔화에 대응할 효과적 수단인 ‘넷플릭스 제휴’를 경쟁사들과 달리 맺지 못하고 있고 모기업인 SK텔레콤도 비슷한 이유로 가입자 유치에 불리한 상황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인 넷플릭스 역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가입자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만큼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의 영업망 활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18일 망사용료 소송 취하 결정의 일환으로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소송 취하에 필요한 합의점을 도출해나가기 위한 전략적 제휴로 SK텔레콤 모바일과 IPTV(Btv)에 넷플릭스 제휴 요금제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신규 상품 출시와 기술협력을 구체화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우선 SK텔레콤 모바일과 IPTV의 넷플릭스 번들(묶음) 요금제를 출시해 신규 이용자 유치를 꾀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바일이나 IPTV에 더해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KT는 자사 가입자가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각각 2018년, 2020년) 제휴를 맺었지만 SK텔레콤은 소송 문제 등으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 확보를 위해 가장 급선무인 서비스가 넷플릭스 제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SK텔레콤의 모바일 가입자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데 이 같은 상황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IPTV 사업은 특히 넷플릭스와의 제휴가 시급한 상황이다. IPTV 3사는 올해 2분기 가입자 연간 성장률이 전년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 2.2%로 떨어지면서 여러 OTT 콘텐츠를 한데 모아 제공하는 ‘OTT 플랫폼’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연동시키지 못해 경쟁사 대비 계획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례로 지난해 초 ‘OTT 포털’이라는 콘셉트로 출시한 플레이제트는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SK스퀘어가 지상파 방송 3사와 공동 설립한 OTT 웨이브가 경쟁사인 티빙·쿠팡플레이와 버거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넷플릭스와의 제휴가 절실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최근 넷플릭스가 출시한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도 결합 상품으로 만들고 여러 구독 상품을 골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독 플랫폼 ‘T우주’에 넷플릭스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신규 상품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3사는 기술협력도 추진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수년간 쌓아온 대화형 사용자경험(UX), 맞춤형 개인화 가이드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넷플릭스와 모색한다.
이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SK텔레콤의 국내 최다 모바일 가입자를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임으로써 국내 OTT 1위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콘텐츠 투자를 바탕으로 모바일 인덱스 집계 기준 월간 이용자 1200만여 명을 확보했지만 쿠팡플레이 등 후발 주자의 도전 속에서 가입자 규모를 더 불리지는 못하고 있다. 올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한화 약 3조 3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넷플릭스로서는 한국에서 소송을 이어가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망사용료와 관련해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에 패소한 상황에서 2심·3심에서마저 질 경우 확실한 전례가 만들어지며 해외시장에서 관련 소송과 법제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전략적 제휴를 맺었지만 향후 원활한 사업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통신사와 플랫폼 간 망사용료 갈등은 정보기술(IT)과 서비스 발전으로 무선통신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법제화 등 업계 차원의 해결책 마련 없이는 양측의 소송 취하가 일시적인 봉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게 봐서는 업계에서 (갈등) 해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법제화 전에 사업자 간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망사용료 논의에) 진척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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