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여파로 성능 '반쪽' 된 한국의 '제임스웹'

박정연 기자 2023. 9. 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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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구성하는 4대의 전파망원경 중 하나인 탐라전파망원경이 필수 구성품인 수소원자시계가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면서 6개월째 제성능의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러시아산 수소원자시계의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하면서 대체품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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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수소원자시계 가격 폭등으로 KVN 수리 어려워져
제주 탐라대에 설치된 탐라전파망원경.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구성하는 4대의 전파망원경 중 하나인 탐라전파망원경이 필수 구성품인 수소원자시계가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면서 6개월째 제성능의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러시아산 수소원자시계의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하면서 대체품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2001년 총 38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KVN은 블랙홀 제트 기저부의 흔들림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등 성과를 낸 한국의 주력 우주관측시설이다.

18일 천문연 등에 따르면 제주 탐라대와 울산대 내 각각 설치된 전파망원경의 수소원자시계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에 걸쳐 고장을 일으켰다. 울산전파망원경은 그나마 구형 예비품이 있어 교체가 이뤄졌지만 탐라전파망원경은 수소원자시계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대체품 시계로 가동 중이다. 

탐라전파망원경은 수소원자시계가 멈추면서 제한된 주파수에서 관측이 가능한 상태다. 수소원자시계는 기준 주파수를 생성해 각 망원경 시스템의 시각을 동기화 시키고, 특정 주파수 대역의 전파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한다. 양질의 기준 주파수를 얻지 못하게 되면서 약 85기가헤르츠(GHz) 이하 주파수 대역만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VN은 K-band(18~26GHz), Q-band(35~50GHz), W-band(95~116GHz), D-band(125~145GHz) 4채널을 동시에 관측해 우주의 정보를 훨씬 다양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지만 일부 채널로만 관측활동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채널이 줄어들면서 블랙홀의 제트 관측과 같은 주요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수소원자시계가 제때 교체되지 못한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각종 정밀전파측정기기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KVN이 기존 사용하던 러시아제 수소원자시계는 원래 3억원 정도의 가격에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6~8억원까지 단가가 올랐다. 미국이나 스위스 제품의 경우 코어 부품은 러시아제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대체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한번 오른 러시아제 수소원자시계의 가격은 당분간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제 수소원자시계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수요는 지속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규제가 없어도 제품 구매를 위한 접근성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수소원자시계 가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천문연 소속 한 연구원은 "프랑스 보르도 천체물리학 연구소를 비롯해 많은 해외 주요 기관 관계자들이 수소원자시계 구매비용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전파관측정밀기기 분야에서 러시아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내년 말까지 탐라전파망원경의 수소원자시계 교체를 완료할 계획이다. 러시아제 제품 공수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리 등 가능한 모든 대책을 검토 중이다.

정태현 천문연 KVN 그룹장은 "수소원자시계가 고장난 탐라전파망원경은 현재 국내 출연연 등에서 공수한 부품을 활용해 제작한 대체 시계로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수소원자시계 또한 구입을 위한 비용과 절차적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곧 정상 가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후화된 수소원자시계의 교체시기 등을 고려해 충분한 예비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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