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별은 나] "금빛 과녁 명중 위해 … 하루 400발 쏜다"
13년간 국가 대표 에이스
亞게임에 4회 연속 출전
"고3 때 첫 출전, 이제 30대
훗날 양궁 전설로 남고싶어"
중국·인도 등 경쟁국 추격
"부담스럽지만 이겨내야"
◆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
"아시안게임에 처음 나갔을 때 그 기억은 절대 잊지 못하죠. 그때가 고3이었는데 지금은 서른이 넘었네요. 하하."
김우진(청주시청)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이루기 어렵다는 한국 양궁 국가대표로만 10년 넘게 활약 중인 에이스다. 처음 국가대표에 오른 2010년 이후 한 차례(2013년)만 제외하고 매년 양궁대표팀의 일원으로 전 세계를 누볐다. 올림픽 금메달 2개(단체전), 월드컵 파이널 개인전 우승 4회, 세계선수권 우승 9회(개인·단체) 등 그가 이룬 성과는 곧 한국 남자양궁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그 시작점이었던 무대가 아시안게임이다. 2010년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처음 태극마크를 단 김우진은 우직한 성격에서 나온 시원시원한 슈팅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달성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러고서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거쳐 오는 23일 개막하는 2023년 항저우 대회까지 4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김우진은 "실력 좋은 새로운 선수들이 꾸준하게 올라오는 종목이 양궁이다. 그만큼 그 선수들을 계속 넘을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발휘해야 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만으로 큰 자부심을 갖고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남녀 양궁대표팀 선수를 뽑는 과정은 치열했다. 세 차례 선발전을 통해 올해 국제 대회에서 뛸 국가대표 8명을 가렸다. 이어 8명이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고 상위 4명이 아시안게임 대표 멤버로 뽑혔다. 김우진과 이우석, 김제덕, 오진혁 등 남자 양궁대표팀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대표팀으로 평가받는다. 김우진은 "동료들이 '원팀(one team)'의 힘을 믿고 있다. 앞에서 9점을 쏴도, 뒤에서 10점을 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형제 같은 분위기에서 서로 독려해 어떤 팀과 만나도 이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따끔한 예방 주사를 맞았던 것도 양궁대표팀에 큰 자극제가 됐다. 지난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양궁은 42년 만에 개인전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그래도 곧장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양궁 월드컵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부진을 씻었다. 김우진은 이 대회에서 개인전·단체전 2관왕을 달성했다.
김우진은 "선수들끼리 코로나19 예방접종 주사를 맞듯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주사를 세게 맞았다 생각하자고 했다. 한번 아픔을 겪었던 만큼 아시안게임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경쟁국들과 격차가 점점 줄고 있지만 우리는 선구자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계속 걷고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어떤 대회든 우리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목표는 전관왕"이라고 강조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양궁은 중국, 일본, 인도 등 경쟁국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그만큼 혹독한 훈련량을 소화해왔다. 양궁대표팀 선수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화살과 싸우고 있다. 김우진은 "하루에 400발 안팎 화살을 쏜다. 주 6일 훈련에 일요일 개인 자율 훈련을 더하면 거의 매일 활을 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는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양궁 국가대표를 10년 넘게 해온 것 자체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고, 가장 빛나는 성과"라고 말했다.
어느새 네 번째 맞이한 아시안게임. 김우진에게는 다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첫 아시안게임에서는 2관왕의 영광이 있었다. 반면 두 번째 아시안게임이었던 인천 대회에서는 예선 탈락해 정작 본선에 나서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래도 절치부심해 세 번째 나선 아시안게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로 명예를 회복했다. 국제 종합 대회가 열릴 때마다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김우진은 무심하다. 김우진은 "부담이라면 양궁 선수 누구나 안고가야 한다. 그런 부담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더 많이 10점을 쏠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양궁은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한 김우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꾸준하게 국가대표로 롱런하는 삶을 꿈꿨다. 그는 "양궁은 피지컬적인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앞으로도 양궁 국가대표로서 다양한 기록을 세우고 싶다"면서 "훗날 김우진 하면 '아 양궁 참 잘 쐈지' 하는 전설로 남고 싶다.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 그런 레전드가 돼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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