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3배' 몰린 개미…TSMC 악재에 눈물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3. 9.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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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수요 폭증 기대에
반도체3배 ETF 매수 늘었지만
수요 부진에 TSMC 납품 연기
하루만에 추종지수 3% 하락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시설투자 장비 납품을 연기했다는 소식에 국내외 반도체 관련주가 된서리를 맞았다. 반도체 업황 조기 반등을 예상하고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보게 됐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5%, SK하이닉스는 2.78% 하락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7.02%, HPSP는 6.08% 하락하는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가 급락했다. 이로 인해 KRX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6% 내렸다. 이날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108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359억원어치 팔아치우는 등 코스피에서만 36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5일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 하락한 것이 반도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TSMC가 불안한 수요를 이유로 납품 연기를 요청했다는 소식에 TSMC가 2.43% 하락했다. 장비 업체인 ASML(-4.06%)·램리서치(-5.08%)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3배 레버리지 ETF인 SOXL을 대거 매수한 서학개미들은 하루 만에 8.6% 평가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이 ETF는 최근 일주일 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이기도 하다. 서학개미들은 연중 미국 장기채 ETF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장기 국채 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 바닥론을 예상하고 SOXL 투자를 늘려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반도체 관련주를 꾸준히 사들여왔던 투자자들도 단기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9월 들어 외국인과 기관들은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도 최근 반도체주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다수 나왔다. AI 수요에다 기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까지 감안할 때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에서다. '지금 반도체 안 사면 뭐 사시게요(15일, 한국투자증권)'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이익 개선으로 코스피가 대형주 주도의 상승장이 될 것이라는 '2023년 종목장은 끝났다(15일, 한화투자증권)'나 메모리 반도체의 네 번째 빅사이클이 시작됐다는 'Happy new Big Cycle(18일, 다올투자증권)' 등의 보고서가 반도체 업황의 강한 반등을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 발표에 이어 TSMC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다른 부문(휴대폰, 랩톱 등)의 수요 부진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재차 확인시키자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심리가 얼어붙었다.

다만 일시적인 투자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이미 공급 업체들의 감산이 진행된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반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미 바닥을 친 것이란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지난 15일 미국 증시에서는 지수·선물 만기에 따라 변동성이 컸지만 오히려 이번 조정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업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KB증권은 "D램은 3분기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 확대로 2분기에 실적 저점을 이미 확인했고, 낸드는 4분기 가격 인상과 재고 축소 효과로 3분기에 실적 저점을 확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제림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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