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구조물에 걸린 그림, 우리 삶 같아
소격동 바라캇컨템포러리
정처 없이 레지던시를 떠도는 예술가와 전셋집을 전전하는 우리. 예술가들의 소장품을 우리네 고단한 인생처럼 비유한 이주요의 전시 'Of Hundred Carts and On(백 개의 카트와 그 위에)'이 서울 소격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3년 아트선재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받게 한 개방형 수장고 '러브 유어 디포'를 발전시켰고 그간 작업을 총체적으로 펼쳤다.
시작은 떠돌이 인생이었다. 2004년 한국인 최초로 네덜란드 라익스 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입주했던 작가는 프로그램을 마치자 작품을 둘 곳이 없어 폐기할 위기에 처했다. 이 작품들의 여정을 출판물 'Of Five Carts and On(다섯 개의 카트와 그 위에)'으로 만들며 다음 거처까지 불안한 상황과 함께 저항하는 예술을 선보였고, 이후 다른 예술가들 작품을 돌보는 수장고 중심으로 연대 혹은 공동체를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강남구 궁마을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선보인, 천천히 회전해 작품을 360도 보여주는 '턴 디포'의 실내형 버전과 대형 평면 회화를 걸고 다양한 각도로 펼쳐 볼 수 있는 '페인팅 플레이트'가 큰 축이다.
작가는 일견 거친 나무나 금속관 등을 얼기설기 엮어 불안정해 보이는 구조물을 내걸고 그 위에 작가의 후배, 동료, 선배 작가들 작품을 실었다. 우리 현실의 무게를 직시하고 그것을 튼튼히 지탱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5개의 카트는 미미하지만 동료 작가들과 연대해 만드는 100개의 카트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아트포럼 등 미술 전문 매체가 프리즈 기간 꼭 봐야 할 전시로 꼽았고,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 방문도 잇따랐다는 후문이다.
전시는 10월 27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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