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지난 10년은 유료웹툰 시대, 모두가 돈 벌었지만…"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3. 9.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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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연구소 포럼 섹션2 '단행본 출판 성공 전략을 중심으로'
만화포럼 '출판만화 대세 웹툰과 공존할 수 있을까' 방향성 가늠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 포럼 주제발표. 김민수 기자

네이버·카카오 웹툰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웹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만화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갔지만, 출판만화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만화의 근본적인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집에서 열린 2023 제1차 열린만화포럼 섹션2에서는 출판만화의 가치와 시장 전략을 주제로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와 김해인 문학동네 만화편집부 편집자가 웹툰 편중 속에 출판만화 시장의 가치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내 출판만화 시장은 별도의 집계 자료가 없어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단행본, 학습만화 등을 포함해 다양한 전자 출판물로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교보문고 등 서점가의 판매데이터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산한 국내 웹툰시장 규모 1조5660억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는 "최근 출판계의 디지털 제작·유통·소비 트렌드로 가시화되고 있지만 출판만화 영역은 어린이 학습만화를 제외하면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굿즈나 기념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웹툰도 구독 매출과 스토리 IP(지적재산권) 비지니스를 위해 100회, 200회는 가볍게 넘기는 롱테일 스토리로 가고 있다. 작품 완결성에 대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이 같은 흐름이 주간 연재 시스템의 웹툰 작가와 편집자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주면서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게 한다고 봤다.

그는 "지난 10년은 유료웹툰의 시대였다"며 "모두가 돈은 벌었지만 시간 투자는 갈수록 강화됐고 시장 경쟁은 더 엄격해져 스타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 사이에 간극이 벌어졌다"며 "창작이라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대신 피로도를 저감시키고 유료 웹툰의 작품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재담미디어가 선보일 예정인 중단편 웹툰 서비스 '쇼츠'를 통해 웹툰 시장 구조의 구멍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담미디어의 '쇼츠'는 드라마처럼 한 번에 정주행하기 좋은 16부작 미만의 완결형 웹툰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특히 출판만화로 출간했을 때 시장성이 담보될 만한 작품들을 선별해 가독성과 웹툰의 작화·스토리의 질적 수준을 높여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매스 웹툰'이 놓치고 있는 틈새에서 '하이 웹툰'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자들의 평가와 시장성에 따라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시즌 1, 2처럼 중단편 시리즈로 장편화가 가능하고 중단편 특성상 영상화가 쉽다는 설명이다. 출판화, 상품화 과정 속에서 OTT와 경쟁하는 웹툰의 가치를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이사는 재담미디어의 웹툰 IP비지니스 중심 축은 출판만화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는 "다양한 형태의 만화 출판 시도를 해봤지만 매출이나 영업이익으로 보면 사실 처참하다고 할 정도의 성적표를 받았다"며 "중요한 것은 재담의 IP비지니스는 작가의 생태계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도서 제작을 중심 축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판만화와 웹툰은 별개로 존재하면서 책 만화는 일본의 '망가'처럼 더 유지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6부작 미만의 중단편 웹툰 플랫폼은 웹툰을 만화책으로 만들어도 서사나 스토리 구성에 문제가 없는 효율적인 제작방식으로서 시장에 제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학동네의 만화편집부 김해인 편집자 포럼 주제발표. 김민수 기자

종합출판사인 문학동네 만화편집부 김해인 편집자는 만화책도 전자책의 경우 매출이 크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웹툰 플랫폼은 아니지만, 작품성 있는 작품들을 발굴해 꾸준히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편집자 역시 출판만화 시장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오리지널 출판만화 규모를 늘리는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고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출판사 특성상 플랫폼의 웹툰을 출간 계약하기란 쉽지 않다"며 "웹툰을 포함해 텀블벅 연재물이나 독립출판물, 인스타툰 등 오리지널 작품을 출간하기 위한 고민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학동네라는 이미지가 있다보니 다양한 작품을 품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빗금'이라는 레이블을 통해 다양성을 가진 출판만화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출판만화는 재담미디어와 마찬가지로 학습만화, 아동만화의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캐릭터 아동출판만화 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유럽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웹툰 해외출판권 계약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 웹툰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시리즈 통으로 판권계약을 선호하고 동남아에서는 그래픽노블 등 예술만화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편집자는 "만화는 소장이 아닌 작품을 읽기 위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만화가 만화다워야 한다. 만화의 근본이 담긴 만화책, 만화비평서, 작법서 등 만화 관련 출판물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박인하·최윤주 만화평론가와 함께 주제 발표를 두고 출판만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시장을 놓고 대화를 이어갔다.

출판만화 시장의 변화 과정을 통해 만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보다 관심이 필요한 지점을 찾아내기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은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개최된다. 앞서 첫 번째 섹션 '한국출판만화시장의 어제와 오늘'은 지난 7월 31일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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