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만에 펼쳐진 무령왕의 장례···백제 왕실의 문화·생사관 엿보다

도재기 기자 2023. 9.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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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박물관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 19일 개막
백제 최고 국가행사…국보 묘지석 등 697점 선보여
아들 성왕 시선 따라 전 과정 구성…‘강한 백제 의지’
무령왕릉에서 나온 국보이자 불꽃무늬로 유명한 ‘관꾸미개’(왼쪽)와 세련된 미적감각을 보여주는 머리 장신구인 ‘금뒤꽂이’.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은 한강 유역을 고구려에 빼앗기는 등 혼란에 빠진 백제를 다시 안정시킨 왕이다. 활발한 제도 개혁과 민생 안정, 외교 정책으로 민심의 큰 지지도 받았다.

그런 무령왕이 523년 승하하고 이후 2년여에 걸쳐 치러진 엄숙하고도 성대한 상장례는 백제 최고의 국가행사였다. 유물 5300여점이 나와 백제사는 물론 삼국사·동북아시아사를 다시 쓰게 한 공주의 무령왕릉이 당시 상황을 잘 보여준다.

무령왕 서거 1500주기를 맞아 국립공주박물관 특별전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가 19일 개막한다.

무령왕의 (묘)지석과 목관, 진묘수(석수), 각종 금제 유물, 토기 등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은 물론 공주·부여·하남·서울 등에서 발굴된 백제시대 관련 유물을 포함해 모두 126건 697점으로 구성된 특별전이다.

국보도 9건 11점이 나온다. 여러 유물과 함께 문헌 자료, 영상 등을 통해 무령왕 장례를 중심으로 백제 왕실의 장례문화, 나아가 삶과 죽음을 대하는 백제인들의 관점도 알아보는 것이다.

전시는 무령왕의 뒤를 이어 장례를 주관한 아들 성왕(재위 523~554)의 시선을 따라 무령왕 상장례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무령왕 장례식 참석자가 된 관람객은 무령왕 상장례를 통해 왕권을 확립하고 더 강한 백제를 만들고자 한 성왕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들머리는 무령왕을 추모하듯 좌우 벽면에 늘어선 휘장들 사이로 조명이 관람객 움직임에 따라 켜지는 인터랙티브 영상,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붕(崩)’ 자의 의미 분석, 유물 등으로 꾸려졌다. 특히 무령왕 인적사항 등을 기록한 ‘무령왕 (묘)지석’을 볼 수 있다.

무령왕에서 나온 묘지석으로 무령왕의 인적사항 등을 기록한 지석면(왼쪽)과 매지권이 기록된 면. 공주박물관 제공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지석은 글이 새겨진 2장(4면)의 돌판으로, 왕과 왕비의 지석이자 장례를 지낼 때 땅의 신에게 묘소로 쓸 땅을 사들인다는 문서를 새긴 매지권이기도 하다. 한 면에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으로 시작되는 글이 새겨진 무령왕 지석은 <삼국사기> 기록과 일치하기도 한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 이 지석이 발견되면서 무덤이 비로소 무령왕·왕비의 합장릉임이 확인됐다. 삼국시대 고분 가운데 최초로 무덤 주인공·조성 시기를 알려준 귀한 자료다. 또 지석을 통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 연대가 6세기 초로 확인됨에 따라 삼국시대 유물 연구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전시는 성왕이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도교적 장례풍습에 따라 매지권을 제작하고, 이전에는 없던 연꽃무늬 벽돌로 전면을 쌓은 무덤방에 목관을 안치하는 등 정성을 다해 새롭게 차별화한 장례다. 전시품으로는 2장의 지석 중 매지권(국보), 무령왕릉에서 나온 동전들과 연꽃무늬·글자들이 새겨딘 벽돌, 고려시대 메지권 등이 선보인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진묘수(석수)’(국보). 공주박물관 제공
복원된 무령왕 목관(왼쪽)과 연꽃무늬 등이 새겨진 벽돌. 공주박물관 제공

이어 무령왕 시신을 정성껏 꾸미고 집 모양 목관에 안치하기까지 과정을 담아낸다. 복원된 목관(나무널), 또 목관 속에서 왕의 발을 받치기 위해 제작한 나무 발받침(족좌) 등 유물은 금판을 오려 여러 무늬로 장식하고 있다.

국보인 금뒤꽂이는 새가 날개를 펼친듯한 모습으로 세련된 미적감각을 보여주며, 황금빛의 관꾸미개는 덩굴무늬·꽃 무늬가 어우러지면서 마치 타오르는 불꽃 모양으로 유명하다. 전시실에는 청동거울인 ‘의자손수대경’(국보), 유리구슬, 금동신발과 공주 정지산 유적에서 나온 각종 제사 용기들도 있다.

전시는 성왕이 성대한 장례행렬을 꾸려 무령왕 시신을 안장하고 제사를 지낸 과정으로 이어진다. 무덤 앞에 세워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동물 석상인 ‘진묘수’(석수·국보)를 비롯해 목관 앞과 널길 안 제대의 각종 용기, 등잔, 또 당시 제물로 보이는 은어뼈 등을 만난다.

성왕이 창건한 백제 최초의 사원인 ‘대통사’를 무령왕·왕비를 추모하고 복을 빌기 위한 추복사찰로 소개하며, 최근 서울 석촌동 고분·하남 감일동 유적·부여 왕릉원 4호분 등에서 출토된 관련 의례품도 선보인다.

전시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성왕의 즉위 기사 소개 등을 통해 성공적인 장례를 치르고 왕위를 안정적으로 계승한 성왕의 시대를 기대하며 마무리된다. 공주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관람객 참여·체험 행사, 전문가 강연, 전시 기획자와의 대화 등 다양한 부대 행사들도 마련했다. 전시는 12월10일까지.

무령왕릉 목관 앞에서 발견된 제사 용기들. 공주박물관 제공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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