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시행 유보에 분노…반환경적 정책 반대”
업주와 도민 노력, 반납처 확대로 반환율 70%
지자체 자율 시행안 발의…제주도 반대 입장
제주도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 유보는 반환경적인 정책이라며, 정부는 전국 시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도는 18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별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안에 대해 반대하며, 정부는 전국 시행을 위한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일회용컵을 회수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기 위한 것이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해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6개월 미루다가 지난해 12월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 실시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국 시행이 계획돼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보증금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되고, 환경부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국 시행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참여를 거부한 매장들을 설득하고, 일회용컵 반납처를 꾸준히 확대하면서 반환율을 70%까지 끌어올린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전국 시행 유보 움직임을 제도의 안착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보고 있다.
앞서 제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판매하는 영세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보증금제가 전체 카페의 10% 수준에서만 시행되는 점, 더욱 많은 일회용품을 소비하는 대형 카페가 제외된 점, 열악한 인력 조건에서 컵의 반납과 라벨부착 등을 추가로 해야 하는 점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 제도 참여를 거부한 것이다. 이 제도는 전국에 100개 이상 가맹점을 갖춘 식음료 매장에 한해 적용된다.
이에 제주도가 보증금제 대상 매장을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 등 제주지역 전 매장으로 넓히고 지원을 확대할 것을 약속하면서 보이콧은 철회됐다. 현재는 대상 매장 502곳 대부분이 참여 중이다. 제주도는 미이행 매장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 9개 매장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처분했다.
이같은 업주와 도민의 협조, 공공반납처 확대 등이 동반되면서 제주지역 반환량은 시행 초기인 2022년 12월 10%(하루 평균 반환량 1689개)에서 올 9월 70%(2만6808개)로 올랐다.
양재윤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일부 가맹점에만 제도가 적용되면서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는 만큼 조례로 보증금제 적용대상 매장을 확대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이 오히려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제주도는 시행령이 개정 되는대로 보증금제 의무 대상을 기존보다 확대하고 공공반납처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매장에서 일일이 라벨을 구매해 등록하고 부착하는 방식도 환경부와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오전 도정현안 회의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폐지하려는 법률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반환경적 시도에 분노하며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 지사는 “제주에서 온 힘을 기울여서 만들어나가는 모델을 함부로 평가해 재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관련 부서에서는 입법 추진 움직임에 대해 항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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