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속 '출산기계' 현실로 … 인공자궁이 저출산 해법될까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3. 9. 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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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공자궁 '바이오백' 개발
미숙아 상태 새끼 양 키워내
이스라엘, 생쥐 배아로 연구
11일간 인공자궁서 배양 성공
인공 자궁에서 자라난 새끼 양.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인공 배아에 이어 인공 자궁 연구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불임 부부들에게 도움을 주는 한편 임신으로 인해 여성이 겪는 여러 위험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2000년부터 인공 자궁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시적인 성과는 2017년 처음 등장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바이오백'이란 인공 자궁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바이오백에는 양수와 비슷한 용액이 채워져 있다. 거기에 어미 양 배 속에 있던 새끼 양을 제왕절개로 꺼내 담았다. 새끼 양은 사람으로 치면 임신 23~24주에 해당했다. 바이오백에는 튜브를 연결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했다.

그 결과 새끼 양은 핏덩이의 모습에서 20일이 지난 후 흰색 솜털을 가진 건강한 양으로 성장했다. 제왕절개 때 이미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자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인공 자궁의 가능성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4년이 지난 2021년 인공 자궁 관련 성과가 대거 등장했다. 야코브 한나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분자유전학과 교수 연구팀은 생쥐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자라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장기가 분화되지 않은 배아를 인공 자궁을 통해 건강한 태아로 성장시켰다는 데서 2017년 연구와 차별점을 보였다. 이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자궁 역시 특수 영양액으로 가득 찬 인큐베이터 형태로 환기 장치가 연결돼 배아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공급됐다.

생쥐의 전체 임신 기간은 20일이다. 인공 자궁에서 자라난 배아는 11일째까지 인공 자궁에 머물렀다. 배아는 순환계와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었으며 심장이 뛰는 속도도 분당 170회로 지극히 정상이었다.

연구팀은 11일째에 실험을 멈췄다. 수정란 때보다 배아가 10배가 커지면서 혈액 공급 없이 생쥐 태아를 더 발달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단계를 뛰어넘어 생쥐 태아를 끝까지 인공 자궁에서 자라나게 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12월 중국에서 인공 자궁 관련 성과가 나왔다. 중국과학원 산하 쑤저우 의료용 생체공학연구팀은 대량의 인공 자궁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한꺼번에 관리하는 AI 기술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 내 학술지인 '생의학공학저널'에 발표된 이 기술은 정육면체 모양의 인공자궁인 '배아 배양 장치'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관리한다. 배아의 미세한 변화 징후를 감지하고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 영양분 공급 등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여성이 배 속에 아기를 품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최근 스페인 BC나탈 의료연구센터 연구팀은 미숙아를 위한 인공 자궁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지난 7월 태아의 폐, 내장 및 뇌가 계속 발달할 수 있는 생체 적합성 재료로 만들어진 반투명 용기 형태로 전임상 연구를 통해 양 태아가 12일간 생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공 자궁 사용이 가시화됨에 따라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 연구그룹이 인공 자궁 임상시험을 준비한다고 알려지면서 FDA가 인공 자궁을 어떻게 규제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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