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위한 올바른 ‘역행설계’ 교육

한겨레 2023. 9. 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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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설계'라는 개념이 있다.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을 역으로 설계해 나가는 방법을 말하는데, 단어가 낯설어서 그럴 뿐 우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역행설계를 하며 산다.

그러던 중 특수교사 송명숙 선생님이 쓴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을 그리다'라는 책에서 역행설계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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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장애 & 비장애 함께 살기]연재ㅣ장애 & 비장애 함께 살기
Quarrel

‘역행설계’라는 개념이 있다.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장기 계획과 단기 계획을 역으로 설계해 나가는 방법을 말하는데, 단어가 낯설어서 그럴 뿐 우리는 누구나 일상에서 역행설계를 하며 산다.

예를 들어 삼청동에서 토요일 오후 6시 모임이 있으면 6시부터 거꾸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집에서 삼청동까지 가는 데 40분, 그 전에 치장하는 데 20분, 그 전에 샤워하는 데 20~30분, 이런 식으로 시간을 계산하다 보면 4시30분부턴 외출준비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교육에서도 역행설계가 ‘국룰(국민 대다수가 널리 받아들이는 규칙)’이다. 현실을 살짝 비꼬아 말하면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점은 수능이고, 학생들은 수능에서 각자 목표로 하는 점수를 받기 위해 현재 스케줄을 꾸려 일상을 살아 나간다.

내가 역행설계 중요성을 알게 된 건 성인기 발달장애인 삶을 취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아들(자폐성 장애인)은 초등학생이었는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 나중에 아들이 잘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목표(방향성)를 설정하지 않고 하루하루만 열심히 살면 나중에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던 중 특수교사 송명숙 선생님이 쓴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을 그리다’라는 책에서 역행설계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방향성(목표점)을 먼저 잡은 뒤 아이 양육과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에 붙은 이름이 역행설계였다.

이후 나는 역행설계에 따라 아들의 서른살 생일날을 목표점으로 잡았다. 그러자 아들 삶에서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들을 통해 알게 된 역행설계를 딸(비장애인)에게도 적용해 보았다. 사실 딸은 이전에도 역행설계에 따라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목표점은 (부끄럽게도) 수능날이었다.

딸에 대한 역행설계 목표점을 서른살 생일로 바꾸자(아들과 딸은 이란성 쌍둥이다) 이번에도 내가 딸을 위해 해야 할 교육의 내용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딸이 수능날까지만 사는 게 아니기에, 수능 이후부터 ‘어른’인 채 살아가야 할 인생이 60~70년에 이를 것이기에, 어른으로서의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공부 외 교육’의 중요성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딸에겐 ‘싸가지 교육’도 필요했고 좌절과 결핍도 필요했다. 빛만이 아닌 적절한 어둠도 제공되어야 했다. 그래야 딸이 정신적, 정서적으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날로 갇혀 있던 시야를 멀리까지 넓힌 덕이다.

아직까진 ‘공부만 잘하면 많은 게 용서되는’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다. 향후 얼마간은 계속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작용이 강해질수록 반작용 또한 강해지는 법. 언젠간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 많은 걸 용서받을 수 없는 세상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그때 가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멀리 내다보는 교육에 대한 실천적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되길 바라본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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