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대신 ‘화장 예술가’ 어떤가요?

한겨레 2023. 9. 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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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청소년체험관 속 우리말 8
새로 생긴 직업 이름은 다른나라 말
그대로 가져오지 말고 순화해봐야
체험교육하려면 올바른 우리말부터
체험실 명칭을 ‘메이크업숍’ 대신 ‘화장 공간(매장)’으로 바꿔볼 수 있다.

‘피부타입 또는 컬러 트렌드를 고려하여 천연화장품을 개발하라.’

지난 7월2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잡월드 청소년체험관의 ‘메이크업숍·화장품연구소’에 적힌 이날의 체험 임무(미션)다. 청소년체험관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고 자기 적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꾸려졌다. 메이크업숍·화장품연구소를 비롯해 44개 체험실이 있고 이곳에서 79개 직업 체험이 가능하다.

어린이체험관과 달리 청소년체험관에선 본인이 원하는 체험을 사전에 예약하고 실제 현장과 비슷하게 조성된 체험실에서 1시간 동안 역할연기를 통해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드론·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로봇, 우주센터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유망 산업뿐만 아니라 경호회사, 과학수사센터, 소방서, 119안전센터, 산업재해 예방과 같은 공공서비스와 게임개발회사, 녹음 스튜디오, 웹툰 스튜디오, 미술치료실 등 문화예술 직종까지 청소년들의 흥미를 끄는 직업 체험 공간이 가득하다. 이날 메이크업숍·화장품연구소를 찾은 한 학생은 “평소 메이크업 아티스트(화장사)라는 직업이 그럴듯해 보였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무척 고된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반드시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인지 알아보고 도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피부타입’은 ‘피부유형’으로

이처럼 자신의 꿈을 체험하고 미래를 그려보고 싶은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만큼 아이들이 슬기롭게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실 명칭이나 안내·설명문에서 올바른 우리말 사용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메이크업숍·화장품연구소에 적힌 체험 임무의 문구를 보면 ‘피부타입’은 ‘피부유형’으로, ‘컬러 트렌드’는 ‘색채 유행(흐름)’으로 순화해 쓰면 좋을 것 같다. 체험실 명칭도 ‘메이크업숍’ 대신 ‘화장 공간(매장)’으로 하면 어떨까? ‘메이크업 아티스트’ 역시 ‘분장사, 화장사’나 ‘화장 예술가’라고 하는 게 좋겠다.

반면 그 옆에 위치한 뷰티숍은 미용실을 함께 적어 놓은 게 눈에 띄었다. 이곳에선 미용사(헤어아티스트)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이처럼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헤어 아티스트 등이 익숙해진 것은 새로 생겨난 직업에 대해 새롭게 우리말을 만들기보다 다른 나라 말을 그대로 가져온 결과다.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라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말로 풀어쓰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체험관은 이곳을 찾은 학생들이 직업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와 비슷한 업무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그 직업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 미래직업 체험실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팜 랜드’는 실제 스마트 온실을 구축해 스마트 농업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동화 로봇을 통해 수확물을 옮기는 등 실제 스마트팜의 핵심 기술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다.

2020년 한글문화연대가 진행한 공공언어 적합도 조사에서 ‘스마트팜’을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 53.5%를 차지했다. ‘스마트팜 랜드’는 ‘지능형 농장’으로 순화할 수 있다.

‘빅데이터랩’은 ‘거대자료 연구실’로

여기에서 스마트팜은 스마트(Smart·똑똑한)와 농장(Farm)의 합성어로 농업 기술에 정보 통신 기술을 적용하여 원격으로 농작물, 과일, 가축 따위를 키울 수 있도록 만든 농장을 말한다. 이곳 청소년체험관에선 스마트팜 랜드를 ‘ICT, 로봇 그리고 라이브커머스가 결합된 새로운 농업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ICT는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의 약자로 ‘정보 통신 기술’로 풀어쓴 뒤 ICT를 괄호 속에 넣는 게 좋다.

라이브커머스도 생방송이라는 의미의 ‘라이브(Live)’와 상거래라는 뜻의 ‘커머스(Commerce)’가 결합된 말로 한글문화연대의 ‘쉬운 우리말 사전’에 따르면 ‘실시간 방송(소통) 판매’로 바꿀 수 있다. 이를 참고하면 ‘스마트팜 랜드’는 ‘지능형 농장’으로 순화해 부를 수 있겠다. 실제 2020년 한글문화연대가 진행한 공공언어 적합도 조사에서 ‘스마트팜’을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 53.5%를 차지했다.

‘빅데이터랩’을 ‘거대자료 연구실’로 쓰면 누구나 쉽게 그 뜻을 떠올릴 수 있다.

또 다른 미래직업 체험실인 ‘빅데이터랩’으로 향하니 ‘게임 관련 데이터의 수집부터 정제, 분석, 시각화까지 데이터 분석의 전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란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빅데이터랩에서 빅데이터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뜻하므로 ‘거대자료’로 풀어쓰면 좋겠다. 최근 다양한 곳에서 많이 쓰는 ‘랩’은 실험실을 뜻하는 ‘래버러토리’(laboratory)의 줄임말이다. 랩의 순화어는 ‘실험실’ 또는 ‘연구실’이다. 따라서 ‘빅데이터랩’은 ‘거대자료 연구실’로 쓰면 누구나 쉽게 그 뜻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체험관의 안내문이나 설명문에서 어려운 전문용어를 완전히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용어가 학생들이 직업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어려운 전문용어를 순화해 쓴다면 학생들이 체험관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사진 나윤정 객원기자

감수: 서은아 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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