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돌연사’ 막을 수 있다…심장근육 두꺼워지는 ‘이 병’
흔히 ‘급사(急死)’라고도 하는 돌연사(突然死)는 의학적으로 새로운 증상이 생긴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대동맥 파열, 위장기관 손상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뇌경색)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중에서도 심장질환인 비후성심근증은 사전진단만 되면 돌연사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비후성심근증의 특징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 돌연사 위험이 70%인 심장병=비후성심근증은 유전적으로 불필요한 심장 근육이 과도하게 두꺼워져 정상적인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방해하는 선천성 심장병이다. 인구 500명당 1명에서 발견되며, 이 가운데 약 70%는 돌연사 위험이 있다.
비후성심근증이 나타나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심장 내 공간과 출구가 지나치게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뿜어져 나가지 못하거나 혈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져 호흡곤란 등 증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부정맥 발생과 돌연사 또는 심부전 등으로 발전될 위험이 높다.
특히 20~40대 젊은층의 급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유전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직계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심근증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심장초음파를 비롯한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강기운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후성심근증 환자 가운데 좌심실의 수축력을 나타내는 ‘좌심실 박출률(LVEF)’이 50% 미만인 환자는 급사 위험이 높아진다고 밝혀진 바 있다”며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약 6%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 치료 정보 부족=문제는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음에도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원인진단을 못하거나 진단을 받았어도 확실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한 예로 2023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연구(TEMPO-HCM)를 보면 비후성심근증 환자의 부정맥 발생 사전감지에는 현행 방식인 ‘24시간 홀터 검사(Holter ECG monitor)’보다 30일 동안 진행하는 ‘확장 심전도 검사(Extended ECG monitor‧이하 30일 검사)’가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검사는 휴대가 가능한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심전도 변화를 살피는 검사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유럽 5개 병원에서 비후성심근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한 연구결과 30일 검사시 모든 부정맥 진단율은 65%였으나, 24시간 검사로는 11%에 그쳤으며, 심실빈맥 또한 진단율은 30일 검사에선 62%였지만 24시간 검사에서는 8%에 불과했다.
즉 비후성심근증 환자가 지속적인 30일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돌연사 또는 심부전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
◆ 수술치료와 꾸준한 약물치료 필요=비후성심근증 환자는 과도한 운동으로 심장의 부담을 증가시켜 급사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베타차단제나 항부정맥제 등 약물치료를 꾸준히 지속하는 게 중요한다.
특히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두꺼워진 심장 근육 때문에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액 유출로’가 폐쇄된 환자는 상황에 따라 돌연사 예방을 위한 수술치료인 ‘심근절제술’로 두꺼워진 심장 근육을 잘라내는 외과적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홍준화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근절제술은 가슴 앞쪽 한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평균 1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수술을 통해 증상호전은 물론 부정맥‧급사의 위험을 줄여 장기생존율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으며 수술 성공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약물로 증상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증상이 심하더라도 수술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돌연사에 이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